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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없던 목소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수 박새별의 실험
-새 미니앨범 수록곡 ‘Fall in Love’, AI 남성 보컬이 노래
- KAIST 출신 창업 기업 오드아이와 작업
가수 박새별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세정· 김현일 기자] “어, 플레이 리스트를 잘못 재생 시켰나?”

최근 발매된 박새별의 미니앨범 ‘Everblooming’을 들어 본 팬이라면 세 번째 수록곡이 흘러나올 때 쯤, 의아한 순간을 맞게 된다. 박새별 가수의 앨범에서 처음 듣는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앨범을 잘못 재생 시킨 건 아닌지, 곡 이름과 앨범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박새별의 신곡 ‘Fall in Love’ 얘기다.

이 곡을 부른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인 가수도, 기존 가수도 아닌 바로 인공지능(AI)이다. ‘노래하는 과학자’ 박새별은 이번 앨범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남성 보컬’을 탄생 시켰다. KAIST 동문인 오드아이의 최순범 대표와 함께한 작업이다. 그동안 AI가 기존 가수의 목소리를 모창한 적은 있었지만, 세상에 없던 목소리를 만들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과 예술의 새로운 융합으로, 세계 첫 발자국을 남긴 가수 박새별과 최순범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에서 만났다.

가수 박새별(왼쪽)과 최순범 오드아이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세상에 없던 남성 보컬을 만들어 보자!” 두 사람의 새 도전은 여기서 시작됐다.

박 씨는 “육아를 하면서 강렬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다. 곡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대중이 들으시기엔 육아 앨범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남성 보컬이 이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 시켜 줄 든든한 조력자로 오드아이를 떠올렸다. 오드아이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의 음악 및 오디오 컴퓨팅 연구실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창업 기업이다.

박 씨는 “AI가 얼마나 노래를 잘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 이거 한 번 해볼래?’ 하고 막 던져서(웃음)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대표님도 ‘누나 우리 이거 해볼까요?’라고 흔쾌히 답해줬다. 사실 AI가 얼마나 인간 답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실험 정신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가수 박새별이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박 씨는 “컴퓨터가 노래를 하는 것을 학습하는 데 한 달이 걸렸고 실제로 그 모델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어내는 일주일 정도의 수작업이 있었다. 사람이 보컬 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평생의 노력이 필요한데, AI는 한 달 만에 보컬 리스트가 된 셈이다”고 언급했다.

최 대표는 “여러 톤을 학습시키고 실험하면서 가수님이 머릿속에 그린 목소리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고유의 톤이 나오도록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수 박새별(왼쪽)과 최순범 오드아이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세상에 없던 새 남성 보컬을 탄생 시키는 데는 오드아이가 강점을 가진 AI 기술이 활용됐다.

최 대표는 “딥러닝 기술이 활용됐다. 네(AI)가 만들어야 하는 보컬은 이쪽 방향이야, 이런 입력값을 넣으면 고유의 해석 능력을 가진 AI가 스스로 판단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기술을 만드는 사람은 그걸 가이딩 해주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이 같은 기술에 대해 “생성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AI가 창작하는 시대가 구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단순히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단계를 넘어서, 내(AI)가 고양이를 본다면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고 고양이에 가깝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진짜 고양이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순범(왼쪽) 오드아이 대표와 가수 박새별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마지막 작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목소리를 찾는데 시간을 쏟았다. 박 씨는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큰 미션은 사람처럼 들리게 하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완성에 가까운 테이크를 고르지 않았다. 기계를 사람처럼 노래하게 하려면 조금 못하는 테이크를 골라야 한다는 점이 재미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곡을 들은 대다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AI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박새별의 오랜 팬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깜짝 카메라’ 같은 실험이 된 셈이다.

박 씨는 “누구도 ‘이거 AI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 부족한 것을 선택한 것이 예술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학과는 정반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간의 예술은 완벽함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개성이나 매력과 같은 것에서 느끼는 것이구나 하고 이 실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순범 오드아이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더 큰 도전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AI를 지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AI라는 걸 이제 떼는 게 목표다. 결국에는 예술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지, 기술이 대단하다고 꼭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어떤 가치인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내년 공연에서 기술과 예술을 조합할 수 있는 새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실험적인 것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또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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