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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저출생대책, 효능감 없는 이유 있었네…정부·서울시 다자녀 기준 바꿨는데, 구청은 ‘미적미적’
정부·서울시 다자녀 기준 변경
3자녀서 2자녀로 시 조례 개정
2자녀 가구, 각종 시설서 외면
일부 구청, 현장서 3자녀 고수
정부와 서울시가 다자녀 관련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자치구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 서울시가 개최한 제1회 엄마아빠행복축제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아내, 아들 둘과 인접 지역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어린이 3000원이었다. 4명의 총 입장료는 2만원.

2자녀로 서울시 다둥이행복카드를 소지한 A씨는 다자녀 할인 혜택을 기대했지만, 2만원을 고스란히 내야 했다. 이 박물관은 서대문구 주민이 아니면 할인 혜택이 없었다. 또 다둥이카드도 3자녀 이상이어야 할인을 해줬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다자녀 기준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꾼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구청 조례가 바뀌지 않아 A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서울시민들이 많다.

#2. 서울 용산구에 사는 B씨는 문배동 용산구문화체육센터에서 아내의 필라테스 강좌, 아들의 농구 강좌를 끊을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진다. B씨는 2자녀 이상 다둥이카드가 있으면 서울 공공시설이 할인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용산구의 다자녀 기준 역시 3자녀에서 바뀌지 않아 B씨는 할인 대상이 아니었다.

B씨는 “국가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지만, 그 돈이 다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이 효능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정부, 서울시)로는 온갖 궁리를 다하지만, 실제 손발(일선 구청)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다자녀 관련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자치구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1~2탄(난임부부, 임산부)에 이어 지난 5월 3탄으로 다자녀 가족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다자녀 혜택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막내 연령을 13세에서 18세로 완화하고 서울대공원 등 13개 공공시설의 입장료와 수강료를 무료 또는 반값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서울 다자녀 혜택 가구는 기존 29만가구에서 43만가구로 49% 늘었다.

그러나 서울 대다수 공공시설을 관리·운영하는 구청이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이런 대책의 효능감은 크게 떨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다자녀 기준 완화를 위해 시 조례를 개정했다”며 “행정 현장 일선에 있는 구청에서 시 조례를 바탕으로 구 조례를 개정해야 구청이 관리·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 다자녀 관련 조례는 크게 다자녀 기준, 공영주차장 주차료 감면 기준, 문화·체육시설 감면 기준 등 다양한 범주에 퍼져 있다.

자치구 조례상 다자녀 기준을 서울시 기준(2자녀, 막내연령 18세 이하)과 통일시키지 않은 자치구는 강서구·양천구·강동구 등 3개구다.

강서구 출산·양육 지원 조례에 따르면 강서구의 다자녀 기준은 여전히 3자녀다. 또 양천구와 강동구는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바꿨지만, 막내 연령은 13세를 고수하고 있다.

공영주차장 주차료 감면 조례로 따져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가 이미 2자녀 가구에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종로구·동대문구·도봉구·은평구·강서구·서초구·강동구 등 7개 구는 3자녀 이상 가구만 50% 할인된다. 2자녀 가구는 30% 할인에 그친다.

체육시설 감면 조례 역시 서울 18개 자치구는 2자녀 가구일 때 할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용산구·동대문구·강북구·마포구·강서구·동작구·송파구 등 7개 구에서는 3자녀 이상이어야 한다.

문화시설 감면 조례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마포아트센터 등 일부 자치구 운영 시설은 3자녀 이상 가구만 할인이 된다.

결국 일부 자치구들이 아직도 다자녀 기준을 ‘자녀 셋’에서 ‘자녀 둘’로 바꾸지 않아 시민 혼선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다자녀 기준 변경에 소극적인 건 월별 수십~수백만원의 운영수입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가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현 상황에서 일부 구청들이 ‘푼돈’에 집착하는 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구의회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생 해법을 찾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일선 행정 현장의 외면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자치구에서는 조속히 정부와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 기조에 따라 다자녀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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