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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印尼 ‘자원·인구’+韓 ‘기술·자본’…신산업·신수도 ‘기회의 문’ 열린다 [한-인니 수교 50주년, 성장판 커진다]
니켈 1·인구 4위…동남아 최대 소비시장 저력
전기차 ‘풀 밸류체인’ 구축 아세안 진출 교두보

新수도 누산트라 스마트시티 건설 협력 가속도
K-바이오 진출 교두보…“한류는 사회적 현상”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다.

최근 양국 관계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원유를 비롯해 희토류 등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풍부한 천연자원과 2억4000만명으로 ‘세계 4위’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 최대 소비시장이다. 여기에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결합돼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있다.

양국의 교류 규모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수교 당시 1억8500만달러 수준이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60억달러로 141배 늘었다. 작년 수출입 통계 기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13대 교역국이자 동남아 4위 교역국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더 크다. 작년 기준 8대 수출국(전체 수출액의 4.4%), 5대 수입국(전체 수입액의 4.9%)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니켈로 전기차·배터리 협력 강화=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처음 이은 천연자원은 양국의 미래를 여는 동력원이다. 한국의 인도네시아 수입액 1~3위 품목이 석탄(전체 수입액의 24.3%), 천연가스(17.5%), 동광(銅鑛, 6.9%)이란 점도 자원 협력의 끈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니켈’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 1위 국가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량은 2100만t(톤)에 이른다. 작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이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약 37%를 차지할 정도다.

실제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생산법인 델타마스 공단 내 완성차 공장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1조3000억원을 투자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현대차 공장과 가까운 카라왕 산업단지에 들어선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회사 가운데 차음으로 배터리 원료 조달부터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을 모두 현지화하는 기업이 된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121조원 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포스코그룹은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인도네시아 경제협력 현황과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니켈과 희토류를 기반으로 한 광물자원 공금방 협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아이오닉5에 서명 중인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이를 바라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新수도 디지털 모빌리티·스마트시티 건설 협력=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및 스마트시티 협력 분야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신(新)수도 누산타라(Nusantara)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와 인구 밀집 등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2045년까지 40조원을 투입해 수도 이전을 준비 중이다.

누산타라의 ‘스마트서비스 콘셉트’ 설계를 맡은 LG CNS가 대표적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총괄하는 신수도청이 토지이용계획, 교통신호체계 등 기본 설계를 마치면 LG CNS는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데이터,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등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서비스를 구상한다.

KT는 인도네시아 1위 통신 사업자 텔콤과 손잡고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시티, 양자암호통신, 사이버보안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강점인 KT와 고객·네트워크 인프라가 강점인 텔콤이 ‘2인3각’을 펼쳐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누산타라 외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도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한 국내 기업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건설 관리나 엔지니어링, 스마트도시 핵심 기술을 활용한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시나르마스랜드와 현지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카르타 도시철도(MRT) 4단계 공사와 발리 경전철(LRT) 사업 등 인프라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건설부터 도심교통항공(UAM) 분야까지 망라한 ‘원팀코리아’ 수주단을 꾸려 인도네시아에 파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K-바이오, 이슬람권 진출 위한 교두보…“한류는 사회적 현상”=양국의 협력 분야는 제약·바이오, 석유화학은 물론 유통, 문화 콘텐츠 부문까지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동(東)자바주 파수루안에 1988년부터 터를 잡고 1991년부터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을 생산, 수출 중이다. 생산량 대부분을 유럽·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 기지다. 최근엔 미래 식품 소재와 대체 단백, 배양 단백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종근당은 연평균 38% 이상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에 집중해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북아프리카 등 이슬람 국가는 물론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코트라(KOTRA)는 “의료서비스 외국인 소유 지분율이 과거 67%에서 현재 100%로 개방됐다”며 “헬스케어 공급망은 물론 의료기록 전산화, 원격진료, 고성능 통신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IT 분야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분야란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9월 롯데케미칼이 진행하는 자바 반텐주 ‘라인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예정대로 2025년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서면 연간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PL) 52만t, 폴리프로필렌(PP) 25만t 등이 생산될 전망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현지에는 영화나 드라마, K팝을 기반으로 ‘한류 돌풍’이 진행형이다. 관련 콘텐츠에서 노출된 떡볶이, 소주, 바나나맛 우유 등 식품산업도 수혜를 입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기준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10위권에는 ‘작은 아씨들’, ‘별똥별’, ‘슈룹’, ‘미씽’, ‘신사와 아가씨’ 등 한국 작품이 다수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한류는 이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 한류 마을 조성부터 현지 프랜차이즈 기업과 BTS(방탄소년단) 협업 제품 등 다양한 경로에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대통령궁 부지 전망대에 있는 대통령궁 조감도. [누산타라 공동 취재단]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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