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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컵에 동전 넣어보시죠” 실패하면 1억원 낸다고?…손 떨리는 환자들
컵에 동전을 넣는 모습[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이 컵에 동전 넣으면 몇 억을 버는거야”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 그런데 이 약은 회당 치료비가 1억원으로 비싸다. 다행히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다만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 그 중 운동 기능을 입증해야 한다. 손으로 컵에 동전 넣기, 종이 찢기 등 일반인이라면 아주 쉬운 동작들이지만 근육이 퇴행하는 환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척수와 뇌하수체의 운동신경 세포(뉴런)가 퇴행하고 소실되면서 전신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간단히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이 굳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제1형부터 제4형까지 나뉘는데 증상이 빨리 나타날수록 위험하다. 생후 0~6개월 사이에 나타나는 제1형의 경우 2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후 발현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국내 환자는 약 200명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치료제가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첫 치료제 ‘스핀라자’가 바이오젠에 의해 개발됐다. 스핀라자는 체내에서 결핍된 SMN 단백질 양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스핀라자[스핀라자 홈페이지]

문제는 약값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인 만큼 1회 주사 비용이 1억원에 육박한다. 진단 후 2개월간(0일, 14일, 28일, 63일) 4번을 맞는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4개월마다 맞는다. 1년 약값(총 6회)이 6억원 정도다. 사실상 일반인이라면 엄두가 안 나는 금액이다.

다행히 2019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고가 치료제이다 보니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소득 구간별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는 최대 연 78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문제는 보험 급여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급여 적용을 위해서는 ▷SMN1 유전자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 진단 ▷영구적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 ▷만 3세 이하 SMA 임상 증상과 징후 발현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10월부터 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됐다. 3세 이하 증상 발현 연령 제한이 삭제돼 3세 이후 증상이 나타나도 급여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3세 이후 발현하는 SMA 3b형 환자들도 점진적인 근육 약화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지만 스핀라자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물리, 재활 치료와 같이 보조적인 치료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며 “이번 급여기준 확대로 3b형 환자들도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운동기능이나 삶의 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한 기준 중에는 운동 기능 평가가 있다. 생후 2~24개월 유아의 경우 ‘해머스미스 영유아 신경 검진(HINE-2)’이라는 기준이 사용된다. ▷머리 가누기 ▷앉기 ▷손 움켜쥠 ▷발차기 ▷구르기 ▷기어다니기 ▷일어서기 ▷걷기 등 8가지 항목을 측정한다.

해머스미스 영유아 신경 검진(HINE-2)으로 유아의 운동 기능을 평가하는 모습[유튜브 화면 갈무리]

또 하나의 기준은 ‘상지 기능 평가(RULM)’다. 연필, 종이, 동전, 컵, 밀폐용기 등의 물건을 활용해 근육 활동 운동 기능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종이 찢기 ▷동전 집어서 컵 안에 넣기 ▷컵 들어올리기 ▷밀폐용기 뚜껑 열기 등이다.

이런 행동들의 운동기능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데 이를 통해 운동기능이 전 투약 때보다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급여 적용에서 탈락된다.

바이오젠 관계자는 “통상 스핀라자를 환자에게 6회 투여 후 다음 두 번의 투여 시기까지 호전이 안되면 급여 혜택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환자마다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보다 많은 환자가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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