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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K·LG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CF100이 날개될까
2020년 11월 SK 첫 RE100 선언
삼성 작년 전환율 31%, 가장 높아
SK하이닉스 6배, LG는 3배 확대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어려움 여전
정부주도 CF100 대안 분위기 확산
김동철(앞줄 왼쪽부터) 한국전력공사 사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회성 무탄소(CF)연합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등이 10월 2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CF연합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2020년 11월 2일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국제적 약속이었다. SK를 필두로 국내 주요 기업의 RE100 가입이 이어졌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이었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생존법이었다. 이로부터 3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산업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일 영국 더클라이밋그룹에 따르면 올해 LG전자, 롯데케미칼, 삼성화재 등 7개 기업이 RE100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RE100에 동참한 국내 기업은 총 34곳으로 늘었다.

이는 미국과 영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로 세계 각국의 기업 현황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참여도는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실제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모두 RE100 동참을 선언했고 롯데 일부 계열사와 KT, 카카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등도 RE100을 약속했다.

중소·중견사 등으로 참여 대상을 넓힌 ‘한국형 RE100’까지 하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공언한 기업 수는 380곳에 달한다. 그만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의지가 높다는 얘기다.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에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2년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1%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확대됐고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4%대에서 지난해 29.6%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을 6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LG 주요 계열사 7곳의 재생에너지 조달률도 지난해 말 기준 약 15.4%로 2021년(5.1%)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각 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다. 이들은 사업장에 직접 태양광·지열 등 발전시설을 짓는 것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외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선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도 활발하다. 녹색프리미엄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살 때 요금에 웃돈을 주는 대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정받는 제도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지금까지 해외사업장 위주로 재생에너지 조달을 확대하며 전환율을 높여왔다면 이제는 국내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기후·환경적 특성 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을 정도로 재생에너지 확보에 있어 제약이 크다.

실제 현재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대부분은 해외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유럽, 중국, 베트남, 인도, 브라질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고 SK하이닉스도 해외 모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마무리했다. 현대차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체코 생산 법인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마쳤고 튀르키예·인도 법인도 50% 안팎의 높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확보한 상황이다.

반면 이들 기업의 국내 사업장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2022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국내 기업 64개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전체 전력사용량의 7% 정도다. 게다가 그마저도 대부분 녹색프리미엄으로 채워지고 있어 고객사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녹색프리미엄을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주요 기업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열악한 지리적 여건 등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워낙 적어 REC 구매나 PPA 체결로도 원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도 헤럴드경제·대륙아주 공동 미래리더스포럼에서 “RE100을 강조할수록 우리나라는 땅값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전기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자가발전 구축 비용이나 녹색프리미엄·REC 구매 비용도 예상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2030년으로 전망했던 그리드 패리티(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의 발전원가가 같아지는 시점)가 실현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생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 규범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무탄소에너지(CFE)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외에도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과 청정수소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처럼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충당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국가·기업이 RE100의 현실적 보완재로 주목하고 있다.

CF100이 RE100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RE100이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CF100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이 핵심이다.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RE100 달성을 더디게 만들 뿐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선 RE100과 CF100이 완전히 동떨어지진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모두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한 이행수단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RE100과 CF100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탄소를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공통 목표는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는 CFE 활용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사회로의 CFE 확산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CFE 활용 촉진을 위한 정부·기업 합동 기구인 CF연합도 최근 출범했다. CF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것으로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CFE 규범을 마련하는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회성 CF연합 초대 회장은 “탈탄소를 위해선 모든 가능한 기술을 포용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 수소, 암모니아 등을 포함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까지 가능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 활용해야 최소 비용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희·김지헌·김민지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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