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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러 바그너, 헤즈볼라 지원 추진”…시리아 내전 전철 밟나
러 SA-22 방공 시스템 제공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과거 시리아 내전 등 중동지역 분쟁에 깊숙이 관여해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방공 무기 시스템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 러시아산 SA-22 방공 시스템을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군용 차량에 장착돼 운영되는 SA-22시스템은 항공기와 무인기(드론), 유도탄을 요격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것으로 저·중고도 방공 시스템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WSJ에 “바그너가 헤즈볼라에 SA-22를 보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바그너와 헤즈볼라 간 접촉을 감시하고 있다”며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면 이스라엘과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이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무력충돌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에서 포격 및 침투 시도로 도발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헤즈볼라 거점을 공습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이를 막기 위해 SA-22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개발한 방공 시스템 SA-22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이번 방공 시스템 제공은 그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이어온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 제공 등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이란에 대가를 제공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민간 용병기업이긴 하지만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8월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사실상 러시아 정부 수중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헤즈볼라에 무기를 제공한 게 사실이라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개입해 대리전을 벌인 시리아 내전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이란-헤즈볼라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이 반군을 지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바그너그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와 이란 간 유대가 증가하는 것은 중동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점점 더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 대가로 군사 기술을 이란에 공급했고, 이는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달 26일 하마스와 이란 대표단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 내 외국인 구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테러집단’인 하마스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국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대(對)테러 프로그램 담당자는 WSJ에 “러시아 특수작전부대가 지난 수년 간 헤즈볼라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이 직접 헤즈볼라와 관계를 맺을 경우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정세는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바그너그룹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동에서는 시리아 내정 당시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편에 서서 민간인을 탄압하고 정권 유지에 도움을 줬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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