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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억짜리, 20만원에 팔았다” 80대 노부부 뒷목 잡은 사연, 뭐길래
경매가 420만 유로를 기록한 가봉 가면.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80대 노부부가 남부에 있는 조상의 별장을 정리하다 다락방에서 발견한 나무 가면이 경매에서 60억원에 낙찰됐다. 이들 부부가 단돈 21만원에 가면을 판매한 지 단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1일(현지 시각)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노부부는 2021년 9월 그들의 조상 중 한 명인 과거 식민지 시대 당시 총독의 별장 다락방을 찾았다. 노부부가 이곳에서 발견한 물건은 나무로 제작한 가면이다. 노부부는 별다를 것 없는 가면이라 생각하고 해당 물건을 이를 중고품 상인에게 150유로(약 21만원)을 주고 팔았다.

노부부가 뒷목을 잡은 사겅는 이로부터 6개월이 벌어졌다. 2022년 3월 이들 부부는 뉴스를 통해 자신들이 헐값에 판 가면이 익명의 입찰자에 의해 420만유로(약 59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노부부는 당시를 “의자에서 넘어질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노부부가 발견한 가면은 19세기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의 팡족이 제작한 물건으로, 전 세계에 단 12개만 존재하는 희귀품이었다. 열대 지방의 푸마 나무를 깎아 만든 총길이 55㎝의 길쭉한 얼굴에 야자잎에서 채취한 식물성 섬유 라피아를 수염으로 만들어 붙인 모양이 특징이다.

가면의 가치를 끌어올린 건 미술계 거장들이다. 가면의 형태가 매우 독특해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거장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에피소드가 값어치를 더욱 끌어올린 것. 한 경매 관계자는 이 가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보다 더 희귀하다”고 평했다. 경매 카탈로그에 따르면, 푸르니에 총독은 1917년 ‘알 수 없는 경로’로 가면을 취득했다. 가봉은 1839년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다.

이후 노부부는 중고품 상인을 상대로 ‘판매 무효화’ 민사소송에 나섰다. 중고품 상인이 가면의 가치를 알고도 ‘부당한 가격’으로 구매한 만큼, 이를 되팔아 얻은 수익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 측 변호사 프레데릭 만사트 자프레는 “내 고객들이 마스크가 이렇게 희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결코 그 가격에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고품 상인은 자신 역시 가면의 가치를 경매에 부치기 전까지 몰랐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중고품 상인이 수익금을 프랑스 부부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여부는 오는 12월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재판에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가봉 측 관계자도 참석했다. 가봉 측은 법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빼앗겼고, 이러한 유물이 유럽에서 많은 이들의 배를 불렸다”며 “이 법정 소송은 총독의 손주와 중고품 상인이 벌이고 있지만, 둘 다 마스크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문화재와 존엄성을 약탈한 행위에는 도덕성이 있느냐.” 가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가봉 측의 요구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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