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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도 선착장 사망사건’ 남편 12억 보험금 소송 최종 승소
아내 살해 혐의 재판받았던 A씨의 민사소송
1심은 원고 패소→2심 원고 승소로 뒤집혀
대법원 보험금 지급의무 수긍…12억 소송 승소
지연손해금 기산점 부분만 파기하고 직접 판결
형사재판에선 2020년 살인 혐의 무죄 판단 확정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치사 유죄 인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전남 여수 금오도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던 남편이 보험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살인 고의가 인정되지 않고 확정된 형사재판처럼 보험금 소송에서도 고의로 사고를 가장해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들에 총 12억원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주요 쟁점에 대해선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지연손해금 이율 부분에 대해서만 원심이 기산점 계산을 잘못했다며 파기하고 직접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A씨가 고의로 사고를 가장해 아내를 살해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증명책임, 보험수익자의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판례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 보험금 부정취득을 목적으로 각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 보험계약을 사기에 의한 것으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등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금오도의 한 선착장 방파제에서 아내 B씨가 탄 차를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2019년 3월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당시 차량 변속기를 중립(N)에 두고 차에서 내린 후 경사로에 있던 차는 B씨가 탑승한 채 바다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적 범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살인, 자동차 매몰 혐의를 적용했다.

형사재판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고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과실로 일어난 사고였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2020년 9월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두 달 뒤인 2020년 11월 A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B씨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며 총 12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 3곳 중 한 곳에 10억원을 청구하고 나머지 2곳엔 각각 1억원씩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관련 형사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면서도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춰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의 유죄 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입증이 있다는 의미”라며 “반면 무죄판결은 그런 입증이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보험금을 수령하려면 각 보험계약 체결과 그 후의 혼인신고, 보험수익자 변경 등을 포함해 수많은 우연적 사정, A씨의 과실 등이 거듭해야 한다”며 “그런 모든 요소가 더해진 상태에서 우연적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1998년께부터 A씨가 장의차, 레커차, 트레일러, 관광버스 등 각종 운전업무에 종사해왔는데 단순 실수로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동했을 가능성을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반면 2심은 A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B씨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변속기를 중립 상태로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상태에서 차에서 하차한 후 차가 바다로 추락했다는 사정만을 들어, A씨가 차를 직접 밀었다거나 고의로 임계점에 맞춰 정차해 차가 스스로 굴러 내려가게끔 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비록 A씨가 1998년부터 각종 운전업무에 종사해왔다고 하더라도 임계점을 이용해 B씨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차를 그 위치에 정차한 후 자신만 하차하는 방법으로 사고가 일어나도록 인위적·의도적인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쉽게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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