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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빨라지는 식당무인화 이유

얼마 전 주말이었다. 지인들과 만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더니 ‘서빙 로봇’이 음식을 날라 왔다.

요즘 이런 로봇을 부쩍 많이 본다. 그런데 ‘로봇’이라는 말은 그 기원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1920년 카렐 차페크라는 체코 작가가 ‘R.U.R.’이란 희곡을 출간했다. 이 작가는 부제(Rossum’s Universal Robots)를 영어로도 풀어서 붙였다. 즉 ‘로섬의 범용 로봇들’이란 뜻이다.

‘로섬’은 극 중 인물 이름이며 ‘로봇’은 ‘강제노역’이란 의미의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왔다. 극 중에서는 로섬이 발명한 인조인간의 통칭이다.

이 희곡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로섬이 발명한 로봇이 대량 생산되면서 수가 늘자 반란을 일으켜 사람을 모두 죽인다. 문제는 자신을 더 만들 비법을 아는 사람도 다 죽여 없애 로봇도 더 는 번성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작가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가져올 우울한 미래를 그린 것이다.

지난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은 각각 16.4%·10.9%의 급격한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추락하자 최저임금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2020년 2.87%, 그다음 해에는 1.5%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5.05%로 인상률이 다시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새 정부 들어 주춤한 모양새지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이런 지속적인 인상 추세는 문제없는 것일까. 당연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째, 이미 절대적 수준으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높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는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긴 데다 달러 환산 기준으로도 10달러(약 1만2690원)를 넘어선 셈이다.

올해 초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전 세계 28위인데, 최저임금 수준은 13위였다. 이는 소득에 비해 최저임금이 과하게 설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도한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강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탓으로 농산물·에너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요즘 1만원으로도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버겁다.

교통요금 등 서비스요금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이미 과도하다고 지적되는 최저임금과 관련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둘째, 고용을 줄이는 것 외에 기업, 자영업자들의 대응은 로봇 도입이나 무인화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무인 편의점은 6월 말 기준 전국에 3530곳으로, 2019년 말 대비 17배 늘었다.

음식점 무인주문기 수도 2019년 5479대에서 2022년 2만1335대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당연히 정통 경제학 이론대로 실업 증가를 의미한다.

무인화 기기도 로봇의 일종인 만큼 차페크의 희곡처럼 로봇이 인간(일자리)을 죽이는 모습이라 씁쓸하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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