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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루나’ 고집하던 체코, 유로존 가입 초읽기?
2004년 유럽연합 가입…여전히 유로 대신 코루나 사용
기업들은 변동성 큰 코루나 대신 유로로 결제 수단 삼아
유로화 전환은 유럽연합(EU) 가입의 핵심 조건이었지만 2004년 EU 가입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체코는 자국 통화인 코루나를 고수하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20년째지만 자국 통화인 ‘코루나’ 사용을 고수하는 체코에서 유로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반유로’ 정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유로존 가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체코 중앙은행의 조사를 인용, 처음으로 체코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중 절반이 유로로 표시되었으며, 체코 소재 외국 은행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더 높다고 보도했다.

체코 기업 간 무역도 약 20%는 유로로 이루어지며, 체코로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도 코루나 대신 유로로 대금을 지불하는 추세라고 통신은 전했다.

토마스 컬라 하이테크 병원용 침대 제조업체 인리넷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운영 기준을 코루나에서 유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이 대부분 유로로 전환했기 때문에 코루나는 시간제 통화일 뿐”이라며 “유로로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기는 커녕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꼬집었다.

EU 가입 조건으로 체코는 유로 사용을 약속했지만 체코내에선 ‘반 유로’ 정서가 강하다. 유로바로미터의 최근 조사에서도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EU 회원국 중 체코인이 ‘단일통화(유로)를 지지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유로 회원국을 구제하는 데 드는 잠재적인 비용과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코루나의 변동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인해 통화 변동성이 더욱 심해짐에 따라 유로 블록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로를 도입하지 않는 체코를 “위험한 신흥 시장”으로 보고 있다.

체코의 고급 피아노 제조업체 ‘페트로프’의 주자나 세랄로바 페트로포바 대표는 올해 초 한 잡지에 “매출의 90%를 유로 또는 달러로 받는 수출업체로서 우리는 오랫동안 체코의 유로 통합을 원해왔다”며 “근로자에게 비용, 에너지 요금, 일부 자재비를 코루나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중으로 비용이 든다”고 토로했다.

체코는 유럽통합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 기준에 따른 통화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조건을 갖춘 상태다. 국가의 부채는 경제 규모에 비해 EU내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이며, 연간 재정적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에 들어온다.

1만명 이상의 고용주를 대표하는 로비단체 산업연맹의 라덱 스피카 부사장은 “수출업체가 경제의 중추를 형성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자발적인 유로화 추세’에 참여하고, 대기업의 영향으로 경제의 다른 부분도 점진적으로 유로화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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