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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자 밟고도 죄의식 없는 사회 파헤쳐 보고 싶었다”
1일 개봉 ‘소년들’ 정지영 감독 인터뷰
부러진 화살·남영동1985 이은 실화 3부작
감독데뷔 40년 “‘사회파 감독’ 수식어 부담”

“사회가 점점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면서 가난하고 배움이 적은 아이들이 소외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이런 시점에 영화 ‘소년들’은 중요한 화두가 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정지영(사진)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작 ‘소년들’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1일 개봉한 영화 ‘소년들’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1명이 사망한 ‘나라슈퍼’ 강도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경찰은 당시 남성 3명을 구속시켰는데, 이들은 진범이 아니었다. 모두 경찰의 폭행과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한 것. 이들은 재심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재심을 신청했고, 사건 발생 17년여 만인 지난 2016년 살인범 누명을 벗었다.

정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뒤에야 실제 피해자들을 만났다. 정 감독은 그들을 만나기 전까진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고.

“영화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추는 것이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피해자 중 한 분이 영화 시사회에 와선 제게 고맙다고 꽃다발을 갖고 왔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영화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1985’와 함께 정 감독의 ‘실화 3부작’으로 불린다. 모두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일이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그는 차기작으로 제주 4·3 사건과 백범 김구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가 이같이 실화를 주로 다루는 배경엔 사회에 대한 못마땅함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기득권자들이 자기 기득권을 공고히 유지하려는 카르텔이나 이기심이 못마땅해요. 그 시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점검해보고 비판하려고 노력해요. 요즘 사회는 가차 없는 경쟁으로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인식이 큰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밟고 서도 아무 죄의식이 없는 사회를 파헤쳐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정 감독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그의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9월 아트나인에선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이 열렸다. 그 동안 굵직한 사회적인 사건을 주로 다루면서 그에겐 ‘사회파 감독’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어렸을 때 꿈처럼 위대한 감독이 되진 못했지만 괜찮은 감독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의도치 않게 대부분 작품들이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다 보니 그런 수식어가 붙었어요. 괜히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부담을 넘어서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가 뚝심 하나로 ‘사회파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독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가족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감독 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영화만 팠으니 지금까지 견딘 거죠. 아들이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이나 갔어요. 보증금 맞춰서 셋집을 구하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간 거죠. 그래도 아이가 참 밝게 자라줘서 대견하고 미안해요.”

1946년생인 정 감독은 칠순이 훌쩍 넘었다. 비슷한 연령대의 현역 감독은 정 감독이 유일하다. 그는 끊임없이 트렌드를 공부하고 차기작 제작에 열정을 쏟으면서도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욕심이 없어요. 나이도 나이고, 지금 욕심을 낸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언제 관객들이 절 버릴지도 모르죠. 저는 대중과 호흡하는 사람이에요. 관객들이 절 버리면 영화를 못 찍는 거죠.”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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