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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유학생이 대세”…베트남 색채 밴 대학가 풍경
올 9월 누적 유학생, 베트남이 7만7000명으로 중국 넘어서
대학가 베트남 식당 “절반 정도는 베트남 유학생들이 채워”
기숙사 대신 대학가 원룸을 찾는 베트남 유학생도 늘어
대학가의 베트남 식료품을 파는 가게.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먹는 피시소스가 진열돼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베트남 라면부터 베트남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피시소스가 제일 잘 나가요. 야채는 모닝글로리나 공심채. 여주나 수세미 같은 야채도 나가요.”

지난 31일 찾은 서울 경희대 인근의 한 식료품점. 이 가게에는 베트남에서 즐겨 먹는 라면인 새우맛 라면 하오하오(Hảo Hảo)부터 수프에 넣어먹는 야채인 레몬그라스, 그린망고도 있었다. 닭고기 맛이 난다는 개구리 고기도 진열돼 있었다. 식재료 밑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병기돼 있다.

이 가게는 지난 4월부터 문을 연 베트남식료품 점이다. 중국 식료품점에 비해 다소 생경한 가게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던 김모(54) 씨는 경희대에 베트남 유학생이 많다는 얘길 듣고 베트남 식료품점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SNS를 통한 택배 주문도 많이 들어와서 하루에 포장하는 택배만 20개다. 베트남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늦게 마치기 때문에 11시까지 가게를 연다”고 했다.

베트남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대학가 풍경이 바뀌고 있다. 베트남 유학생이 좋아하는 식료품 가게가 생겨나기도 하고, 베트남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도 바뀌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유학생은 2018년 4만5143명→2019년 5만7539명→2020년 5만7945명, →2021년 6만3491명→2022년 7만1038명으로 늘었다. 5년 사이 57.36% 증가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도 베트남 유학생 수는 늘어났다.

반면 전체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8년 6만8112명이었던 중국인 유학생은 2022년 5만9354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부터는 베트남 유학생(5만 7945명)이 중국인 유학생(5만1120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올해 9월(당월 기준) 베트남 국적 유학생은 총 7만7460명으로 중국 유학생(7만6269명)보다 1191명 많았다. 베트남 유학생이 중국인 유학생의 자리를 대체하는 추세다.

대학가의 한 베트남 음식점. ‘전통 베트남 요리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박지영 기자.

베트남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대학가 풍경도 바뀌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는 베트남 현지 음식을 파는 식당도 생겨났다. 쌀국수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식 뿐 아니라 반꾼온(얇은 쌀가루 반죽에 다진 돼지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말아서 찐 음식), 넴루이(구운 베트남식 소시지) 등 현지 음식을 팔고 있다. 주방장은 베트남 사람이다.

베트남에서 온 이 가게 아르바이트생 A(26)씨는 “최근 베트남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고국의 음식을 먹고 싶다, 식당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올해 1월부터 문을 열기 시작해 손님의 절반 정도는 베트남 유학생들이 채우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앞에서 베트남 현지 음식을 파는 베트남 국적의 아르바이트생 B(29)씨는 “1년 반 전 가게를 열었는데 10명 중 6명은 베트남 유학생”이라며 “쌀국수처럼 자주 먹는 음식도 잘 나가고, 넴루이 같은 현지 음식도 잘 나간다”고 했다.

기숙사 대신 대학가 원룸을 찾는 베트남 유학생도 늘어났다. 외대 근처 공인중개사는 “5년 전에 비해 원룸을 찾는 베트남 유학생이 2배 정도는 늘었다”며 “대부분 반지하나 옥탑방처럼 보증금이 200만~300만원 선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경희대 인근 공인중개사 C(64)씨는 “유학생이 10명이라면 그 중에서 4명은 베트남 유학생”이라며 “베트남 유학생들은 내국인들과 다르게 둘셋씩 모여 산다는 특징이 있어서 보증금이 저렴한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 짜리 투룸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지역의 대학교는 베트남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 경남정보대 관계자는 “10년 전 중국인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목표였다면 지금은 베트남이 대세”라며 “총장이 직접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유학원과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했다. 경상남도 김해 인제대학교 김해 캠퍼스 관계자는 “이번 학기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410명 중에 200명 정도가 베트남 학생들로, 5년 전과 비교해서 배는 늘었다”며 “베트남에서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인기가 많고, 한국 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현지보다 보수가 훨씬 높게 측정되기 때문에 한국으로 오는 것”이라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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