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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가 예산 고작 300억...월 40만원에 소아과 전문의 하라고?[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비롯한 전문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오늘 보건복지부가 소아과 초진만 3500원 더 줘서 한 달에 세후 40만원쯤 수입 느는 정책 수가를 소아과 대책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고맙기 그지 없네요. 인턴 여러분, 소아과 배 터지니 많이들 지원하세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그날 복지부가 발표한 소아과 살리기 대책이 그만큼 어이 없었다는 이야기겠죠.

복지부가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년부터 소아과 병의원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처음 진료할 때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을 가산합니다. 이때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진찰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1세 미만 400원, 6세 미만 700원가량 늘어납니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300억원입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행여나 자녀가 아프면 ‘각오’부터 해야한다고 합니다. 동네 소아과가 문을 열자마자 뛰어가도 기본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오픈런’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픈런’이 왜 생기는지는 너무 자명합니다. 동네 소아과가 많지 않아서죠. 최근 5년 동안 전국적으로 폐업한 소아과는 662곳입니다. 서울에선 2017년 521곳이던 소아과가 456곳으로 줄었습니다.

급기야 지난 3월 말 소아과 의사회가 ‘집단 폐과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문을 닫냐고요?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로 인한 경영난이 심각해서 그렇습니다. 동네 소아과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2000~1만4000원 선에 30년째 머물러 있습니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면서 진료하는 감정 노동 성격도 강하고 맘카페 등에 구설수라도 오르면 곤욕을 치러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찮죠.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일반의들이 소아과를 택할 이유가 없겠죠.

올해 대한민국 수련 병원 67곳의 소아과 전공의 과정 지원자는 33명 뿐입니다. 그것도 어찌 보면 기적이라고, 어느 소아과 의사는 말하더군요.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147명이었던 지원자는 2021년 75명, 2022년 57명으로 줄었는데, 내년엔 아무래도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살린다고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월 4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 됐으니까요.

만 5∼11세 소아·아동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31일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어린이가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아이를 낳겠죠. ‘소아과 오픈런’은 아픈 아이를 마주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입니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손톱 만큼이라도 있다면, 300억원에 불과한 소아과 가산 수가 예산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수용자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해 주세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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