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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인’의 최악 임금 인조를 선운산 마애불이 혼냈다?[함영훈의 멋·맛·쉼]
유네스코 세계유산 7관왕 고창여행⑤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요즘 국내외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남궁민·안은진·이청하 열연의 MBC드라마 ‘연인’은 대명사대주의에만 집착하다가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한 조선 인조 때 실존인물의 실제 일대기를 기반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절한 사랑을 이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조는 광해 임금의 지혜로운 외교를 무시하고, 싱겁게 청나라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은 뒤에도, 계속 헛발질을 하면서 국민을 더욱 도탄에 몰아넣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드라마 ‘연인’을 잘 보면 단순 멜로물이 아니다. 위정자의 자세, 양성평등, 이데올로기의 종언, 지고지순한 사랑의 힘, 국제정치·외교의 지혜 등 2023년 작금에도 되새겨 볼 만 한,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쿠데타로 집권해, 최악의 임금으로 남은 인조 이야기 한 자락이 고창에 있다.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꼭대기의 구멍은 인조가 만든 공중법당의 흔적이다. 나라를 엉망으로 다스린 인조를 혼낸 것인지 이 공중법당은 부러지고 추락했다.
선운사 단풍

▶인조의 공중법당 부러진 흔적= 선운산 7부능선쯤 전망좋은 곳에 자리잡은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은 커다란 바위 벽에 새긴 불상으로 신체 높이가 15.7m, 무릎 너비는 8.5m이며 연꽃무늬를 새긴 받침돌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바위 전체의 높이는 25m 가량 된다.

마애불 머리 위에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고, 그 구멍에 목재가 박혀 있는 것도 있다. 이것들은 마애불의 장엄함을 위해 설치한 닫집 즉, 부처를 모시는 ‘공중 법당’이 있었던 흔적이다.

조선 최악의 임금 인조 때 설치한 공중 법당 전각 하나가 매달려 있었지만 머지 않아 스스로 부러지고 뚝 떨어져 파괴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나라를 엉망으로 다스려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인조에 대한 절대자의 꾸중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마애불 윗편 도솔암 내원궁 가는 길

마애불의 양식으로 보면,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나, 남북국시대(신라-발해)말, 고려 등으로 의견이 갈린다. 백제 위덕왕때 검단선사가 새겼다는 불교계 일각의 추론도 있다.

▶마애불 비기(祕記)에 얽힌 이야기= 마애불상의 가슴 아래 비밀스러운 기록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종의 예언서이다. ‘조선은 망한다’는 내용인데 노출 전까지는 아무도 뭐가 적혀 있었는지 몰랐다.

18세기 전라감사 이서구가 이 비밀스런 기록을 꺼내 보던 중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해당 예언서 내용 중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 볼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서구는 딱 거기까지만 읽고 서둘러 도로 넣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92년 동학 접주 손화중이 이 기록을 무탈하게 꺼내 가져갔다고 한다. 이 스토리가 실화인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당시 부패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농민들의 바람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주변은 기암괴석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다.

우람한 높이의 그 앞에서 예를 표하면 뭐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고창 선운산에서 선운사와 동백 외에 도솔암 마애불은 반드시 가봐야 한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춘백들의...= 선운산은 본래 도솔산이라고 불리었으나 백제 때 창건한 선운사가 있어 개명했다.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선운사에는 보물 5점, 천연기념물 3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9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2점 등 총 19점의 유물이 있다.

선운산에 자리하고 있는 천년 고찰 선운사는 꽃이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하다. 선운사의 봄은 동백꽃(춘백)과 벚꽃,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은 석산(꽃무릇), 겨울에는 설경으로 사계가 모두 아름답다.

선운사 장사송

특히 대웅보전 뒤에는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숲을 볼 수 있는데 500년 수령에 높이 6m인 동백나무들은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 후기 선운사가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寮舍)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장엄한 불국토를 이루기도 했다.

▶고산 아니지만 지질공원 같은 선운산= 선운산은 336m로 높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암릉과 울창한 수림과 계곡이 있어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운사 장사송 옆 동굴

주위에는 경수산이 솟아 있고 주봉인 도솔산과 개이빨산, 청룡산, 비학산 등 300m를 조금 넘는 늦은 산들이 모여 있다. 산길이 단순하고 표지 시설이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바위산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자연의 집(청소년수련소)을 지나 울창한 수목 사이를 1㎞ 가량 가다가 서쪽으로 돌면 참당사가 나타난다. 신라 진흥왕 때 의운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불상 ·경전 ·보인 등의 문화재는 대부분 분실되었고 일부는 일제에게 약탈되었다고 전해진다.

다시 계곡을 더 올라가면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 좌변굴(진흥굴)이 있다. 신라 진흥왕이 이곳에서 수도하였고 그의 호가 좌변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위쪽에 내원궁이 있는데 선운사 지장보살좌상이 이곳에 안치되어 있으며, 상도솔암(이라고도 부른다. 내원궁 남쪽에 만월대가 있고, 그 절벽에 미륵장륙마애불(彌勒丈六磨崖佛)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다.

선운사
풍천장어

그 남쪽에는 기출암터가 있고, 서쪽으로 용문굴이 있다. 그 밖에 낙조대·왕자굴 등도 이름난 곳이다.

선운산 생태숲은 선운산에 자생하는 고유 수종 보호 및 생태계 보존과 자연적 천이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총면적 53만㎡의 생태숲으로 복원된 지역, 학습 지구, 연못 지구와 구성되어 있다.

또한 선운산에는 풍천 장어, 작설차, 복분자술 등의 특산물이 있어 풍천 장어구이에 복분자술 한 잔으로 최고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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