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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셀프처방에 권유까지”…‘마약공급책’된 의사들, 이선균 마약사건 낳았다
마약 범죄 저지르는 ‘양심없는’ 의사
셀프 처방 가능해 마약 중독 위험 커
진료 안보고 처방하는 경우도 다수
영화배우 이선균 [뉴시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마약공급책’이 된 의사가 늘고 있다. ‘셀프 처방 및 투약’이 가능하고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사들이 마약 범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의사의 경우 마약류 범죄를 일으키고도 다시 의사가운을 입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27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전날 배우 이선균(48) 씨와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로 의사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이씨와 권씨에게 별도의 댓가를 받지 않고 마약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마약 사건에서 의사가 중독 위험을 알고도 프로포폴 등 마약을 제공하는 경우는 현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의사 마약류 행정처분’ 자료에 따르면 의사 B씨는 마약 중독인 환자에게 돈을 받고 프로포폴 주사를 놨다가 지난해 의사면허를 취소당했다. B씨는 한번 주사를 놓는 대가로 187만원을 받았다. 이렇게 똑같은 환자에게 24회 동안 프로포폴을 놔주고 챙긴 돈만 3910만원. B씨는 다른 환자에게도 이 같은 방법으로 마약을 투약했다.

이 같은 의사의 마약 연류 범죄를 현실에서는 적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마약류를 제공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다. 마약 수사에 능통한 한 경찰은 “의사 진료 종목에 상관없이 의사는 ‘셀프 처방’이 가능하다. 치과의사, 내과의사도 프로포폴 등 을 처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처방해서 본인이 먹는 경우에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간혹 본인이 처방한 뒤 주위에 약물을 나눠주면서 공급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처벌방안 역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진료를 보지 않고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C씨의 경우 지난해 자격정지 1개월 행정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 상습 투약 등의 이유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를 재교부받은 의사는 8명이나 됐다.

통계상에서도 2020년을 기점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의사가 늘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마약류 및 향정 등의 사유로 행정 처분을 받은 의사 수는 총 68명이다. 2019년 처분을 받은 의사는 총 4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징계받은 의사 수는 18명, 2021년 21명, 지난해 20명으로 늘어났다. 행정 처분은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경우 이뤄지는 조치로, 실제 마약 범죄에 가담한 의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처방을 장려해 나아가 ‘마약 쇼핑’을 부추기는 의사도 있었다. 의사 C씨는 간호조무사 2명을 시켜 식욕억제제와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했다. C씨는 자신이 진료를 보지 않았어도 마치 진료를 한 것처럼 꾸몄다.

직장인 강모(38) 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피부과의원을 방문했다가 해당 피부과 실장으로부터 식욕억제제 처방을 권유받았다. [독자 제공]

이러한 탓에 마약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느끼는 직장인도 많았다. 직장인 강모(38) 씨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피부과의원을 방문했다가 식욕억제제 처방을 권유받았다. 강씨는 “피부과 실장이 진료도 보지 않았는데 처방전을 먼저 보여줘서 놀랐다”며 “식욕억제제랑 피부과 시술을 함께 받으면 좋다고 했다. 이렇게 의사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위험한 약물을 쉽게 얻을 수 있어 문제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이 씨와 권 씨는 출국 금지 상태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현재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상대로 시약 검사를 진행해 마약 투약 여부와 종류·횟수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입건한 인물은 이 씨와 권 씨를 비롯해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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