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디 벨트 유튜브채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우리는 러시아와 모든 소통 채널을 계속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이는 (외교)전략"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그렇지 않으면 평화의 기회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지난 17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계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해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부에서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서방이 러시아와 각을 세운 와중에 EU, NATO 회원국 정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취지였다.

당시 여러 외신도 EU 정상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날 오르반 총리는 이같은 비판에도 자국이 추구한 외교정책 방향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EU가 급증한 불법이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려는 신(新) 이민·난민 협정도 비판했다.

그는 "테러리스트 행위와 이민 사이에 매우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헝가리는 이 협정 시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정은 회원국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회원국은 난민 1명 당 2만 유로(약 2800만원) 상당 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것을 뼈대로 둔다.

한편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헝가리가 슬로바키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도 어깃장을 놓고 러시아를 억제하려는 EU의 단합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신임 총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지원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금을 포함하는 EU의 2024~2027년 예산안 수정을 위해선 27개 회원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