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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대형 싱크홀 연속발생 위험 커”
여의도 증권가서 4m 깊이 싱크홀
지반 불안정·유동인구 많은 영향
전문가 “노후하수관 일괄점검해야”
26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 교통섬에 생긴 싱크홀이 흙으로 메워진 가운데 주변이 통제되고 있다. 전날 발생한 땅꺼짐 사고로 깊이 4m짜리 싱크홀이 생기면서 30대 남성 행인이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임세준 기자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가운데, 여의도에 향후 ‘연속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립지인 탓에 지반이 불안정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여름철 비가 쏟아진 직후라는 시기까지 고려하면 한씨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6일 영등포소방서와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께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교통섬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해당 구역은 여의도동 IFC몰과 파크원타워 사이 횡단보도를 잇는 곳으로, 증권가 한복판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 사고로 지름 3m, 깊이 4m 규모 싱크홀이 생기면서 30대 남성이 넘어지며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싱크홀은 전국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발생한다. 특히 지반이 약해진 특정 지역에 집중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177건의 싱크홀이 생겼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92건 ▷2020년 284건 ▷2021년 136건 ▷2022년 177건 ▷2023년 6월 90건이다.

싱크홀은 특히 지하교통시설이 많은 서울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0건이었던 싱크홀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18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치에 육박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3건 ▷2020년 15건 ▷2021년 11건 ▷2022년 20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에 싱크홀이 발생한 여의도의 경우 향후 싱크홀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선 여의도에 유입되는 다량의 지하수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싱크홀은 지하 교통시설 조성 등으로 인한 빈 공간의 지하수 흐름이 바뀌어 불안정해진 곳에서, 인파와 교통 등이 상부에 지속적으로 힘이 가해지면 발생한다.

여의도는 현재 이 같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상태다. 매립지로 조성돼 기본적인 지반이 불안정하고 한강으로부터 지하수가 많이 흘러들어오는 데다, 올 여름 강수량도 많아 유입이 더욱 많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 전국 누적 강수량은 660.2㎜로 관측 이래 3위였다. 일 평균 20만 명에 달하는 여의도 증권가 유동인구 역시 하나의 요인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의도는 현재 주변에 물이 많이 흐르는 지리적 요인과 비가 많이 내린 뒤인 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모두 합쳐져 싱크홀이 연이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가 여의도와 마찬가지로 매립지라 지반이 불안정한 강남에서 지난달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이다. 강남에선 지난달 12일과 19일 일주일 간격을 두고 깊이 3m가량의 싱크홀과 도로침하가 연이어 나타났다. 당시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화물차 바퀴가 빠지고 복구 작업으로 8시간가량 차량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명사고를 대비해 여의도 일대 노후 하수관 점검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반이 약하고 지하수가 많은 상태에서 하수관까지 노후해 누수가 발생한다면 흙이 쓸려내려가기 더욱 쉬운 구조가 된다. 실제로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5년(2019~2023년 6월) 발생한 싱크홀 879건 중 45.1%(396건)의 원인이 ‘하수관 손상’으로 나타났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의도 일대 하수관을 재점검해, 노후 하수관에 대한 보수·보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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