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증거금률 뒷북 상향 논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의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을 거래 창구로 악용한 가운데 모기업인 대양금속 매매 주문 역시 주로 키움증권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날 돌연 하한가를 맞은 데다 주요 증권사들이 석연치 않은 주가 흐름을 이유로 미수거래 증거금을 일제히 높였다는 점에서 두 종목은 유사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대양금속 오너 일가가 영풍제지 주가조작 세력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대양금속도 같은 선상에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거래 재개 첫날인 26일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코스콤체크를 통해 증권사별 대양금속 매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주문이 몰린 6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순매수 규모는 109억3108만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순매수 물량이 38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매수 주문이 집중된 셈이다. 이는 올 7~8월에 키움증권발 영풍제지 매수 주문이 집중된 흐름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대양금속 주가는 연초 3150원대에서 지난 6월 4520원까지 40% 넘게 뛰기도 했다.
대양금속은 지난 3월과 4월 사이 주가가 20% 가량 뛰면서 이 기간 키움증권에서 17억원 가량의 매도 주문이 나왔다.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로 보인다. 키움에서 매수 주문은 5월까지 잠잠했다. 매달 발생한 순매수 물량은 4억원을 넘지 못했다. 이후 6월 순매수 규모는 48억원으로 치솟으면서 다시 ‘사자’로 돌아섰다. 하반기엔 7월(15억원), 8월(25억원), 9월(11억원) 순으로 10억원을 웃도는 순매수 주문이 이어졌다.
영풍제지에 이어 대양금속도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증권사들은 올 5~8월 사이 영풍제지와 함께 대양금속의 ‘빚투(빚내서 투자)’를 차단하는 조치를 선제 시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8월까지 대양금속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한 것이다. 증거금률이 100%로 높아지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미수거래(초단기 빚투)가 불가능해지고, 신융융자 및 담보대출도 제한을 받는다. 하나증권은 지난 5월부터 신용거래(중장기 빚투)를 막아두는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다른 증권사들이 신용·미수거래를 막자 키움증권으로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증권사별 대양금속 주문 현황을 살펴보면, 키움증권(순매수 99억원)은 2·3위인 유안타증권(17억원)과 케이프증권(15억원)을 크게 웃돈다. 미리 미수거래를 막은 주요 증권사들 사이에선 ‘팔자’ 주문이 많았다. 신한투자증권(-25억원), 하나증권(-14억원) 미래에셋증권(-14억원), KB증권(-13억원), NH투자증권(-1억7028만원) 등 순이다.
키움증권은 대양금속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해오다 해당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19일에야 100%로 조정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키움증권은 대양금속의 증거금률을 낮게 유지했다”며 “주가 조작 의심 계좌의 상당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양금속 역시 영풍제지와 같은 수법이 적용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주가 조작과 관련, 대양금속과 영풍제지 사이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양홀딩스컴퍼니(대양금속 최대 주주)의 지분 96%를 갖고 있는 이옥순씨의 아들 공모씨와 A 투자조합의 실질 운영자인 이모씨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조사해 검찰로 넘겼다. 작년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모자르자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지분 50.55%를 1289억원에 취득한 바 있다.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거래 재개 첫날인 26일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오전 9시 3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영풍제지는 가격 제한 폭(29.94%)까지 하락한 2만3750원에 거래 중이다. 영풍제지는 개장 직후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VI는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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