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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꽃으로 하나 되는 세계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꽃처럼 다양한 ‘상징’을 가진 존재도 드물다. 연인에게 장미를 선물하거나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에 부모님,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 장례식이나 추도식에서 흰 국화를 헌화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모습이자 일종의 사회적 합의처럼 여겨진다. 장미는 사랑, 카네이션은 감사, 흰 국화는 조의라는 각각의 꽃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꽃은 각각의 꽃말이 있다. 해바라기는 이름처럼 한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이나 기다림, 숭배를 뜻하고, 백합은 순수·희생이라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서양문화권의 신화, 역사 등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지만 꽃이 지닌 상징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는 군자가 갖춰야 할 고결함과 절개를 상징한다. 매화는 추위를 이겨내고 이른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고, 난초는 산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며, 국화는 가을 서리를 맞으면서 피어나고,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군자처럼 꽃은 계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로 여겨지며, 국화는 유명한 시에도 등장할 정도로 가을 하면 떠올리는 꽃이다. 한 가문을 상징하는 존재로 꽃이 쓰이기도 했다. 영국의 왕위계승권을 놓고 30년간 이어진 ‘장미전쟁(Wars of Roses)’은 흰 장미 문장을 쓰는 요크가문과 붉은 장미 문장을 쓰는 랭커스터가문 사이의 싸움이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꽃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를 꼽자면 단연 네덜란드의 알스미어일 것이다. 알스미어는 인구 3만여명의 작은 도시지만 세계 최대 화훼경매장이 있다. 세계 1위 화훼수출국인 네덜란드는 지난해 115억유로의 꽃과 식물을 해외에 수출했다. 우리 돈으로 16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꽃이 지닌 경제적 파급력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게 한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꽃은 튤립으로, 네덜란드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국화를 정하지 않더라도 국가 대부분은 자국을 상징하는 나라꽃이 있다. 스위스의 에델바이스, 미국과 영국의 장미, 베트남과 인도의 연꽃 등 전 세계 나라만큼이나 나라꽃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무궁화는 이름 그대로 ‘다함이 없는 꽃’이다. 저녁에는 오므라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또다시 새 꽃을 피운다. ‘피고 지고 또 피어’라는 가사처럼 끈기와 강인함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상을 닮았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11월 3~5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리는 ‘2023 양재 플라워 페스타’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전 세계 102개국의 나라꽃을 소개하는 ‘꽃으로 하나되는 세계’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장을 방문하면 꽃을 통해 각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별적인 의미를 떠나 꽃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움과 번영, 평화와 행복을 상징한다. ‘꽃길을 걷는다’ ‘재능을 활짝 꽃피우다’ 등의 표현은 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세계 곳곳이 위태롭고 혼란스럽다. 세계 각국의 꽃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관람객이 평화와 공존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아름다운 꽃과 함께 잠시라도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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