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거미줄같은 터널 통해 음식 제공됐다”
석방 인질, 가자지구 실상 최초 증언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하마스에 납치돼 17일간의 억류 끝에 석방됐다. 그는 석방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AP]

“납치된 후 거미줄같은 가자 지하 터널을 통과해 행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17일간 억류됐다 풀려난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본인이 겪은 가자지구 실상을 최초 증언했다. 리프시츠는 23일(현지시간) 석방된 두 명의 고령 여성 중 한 명이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대략 220명으로 추산된다.

남편과 함께 수년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병원 치료를 도와온 평화운동가인 리프시츠는 석방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무기와 생필품이 오가고 하마스 대원들이 머무는 땅굴에서 인질들도 함께 생활했다”면서 “가자지구에 도착해 터널로 들어간 후 젖은 땅을 수 킬로미터 걸었고 인질들을 각각 나눠 방에 가뒀다”고 말했다.

그는 도착한 후에는 하마스가 인질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줬다고 언급했다. 리프시츠는 “그들은 우리를 부드럽게 대했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줬다”며 본인들이 먹는 음식과 똑같은 피타(이스트를 넣지 않고 만든 둥근 모양의 납작한 빵)와 치즈, 오이 등을 제공했고, 의료진의 진찰을 받았으며 약을 비롯해 필수품들을 요구하면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부츠(집단농장) 니르 오즈에서 납치될 당시의 공포를 회상할 때는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구타하고 납치했다”며 “노인과 젊은이를 가리지 않고 납치했으며 이동하는 오토바이에서는 시계를 빼앗고 갈비뼈를 때려 숨쉬기가 어렵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리프시츠의 남편은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돼있다. 그는 “(이스라엘)당국과 신베트(정보기관)가 경고신호를 무시했다”면서 “이 일이 일어나기 몇 주 전에도 가자 국경 울타리에서 팔레스타인 폭도들이 폭발성 풍선을 발사해 화재가 났는데 당국과 군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리프시츠의 증언을 통해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터널이 매우 복잡하게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마스가 구축한 터널은 총 500km에 달하고 일부 터널은 지하 70m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높이 2미터, 너비 2미터로 매우 협소하다고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하터널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계획하는 지상작전과 인질 구출 시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 마틴 킹스칼리지 전쟁 심리학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3차원 전쟁’을 치러야 한다”며 “지상에서 움직이는 요소와 땅 아래에서 작동하는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