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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초에 한 대’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기지로 진화
3만2000명이 하루 6000대 생산
500만㎡ 부지에 구내버스만 21대
미래차 생산거점으로 재정비 분주
전용부두 통해 작년 93만대 수출
현대차 울산 공장 내 수출선적 부두에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9.6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1967년 설립된 현대차 울산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완성차 공장이다.

18일 방문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3만2000여 명의 직원이 9.6초당 1대, 하루 평균 6000대의 차량 생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울산역에서 동쪽 울산항 방면으로 태화강을 따라 차로 30여 분을 달리면 현대차 울산공장이 나온다. 공장 초입에 위치한 울산출고센터를 지나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여의도 면적(840만㎡)의 3분의 2에 달하는 약 500만㎡의 압도적인 부지가 보였다.

공장 내 곳곳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에서는 전기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임직원을 볼 수 있었다. 현대차는 공장 내에서 21대의 구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은 44개, 구내식당은 26개에 달한다. 막대한 규모와 각종 시설은 하나의 작은 도시를 방불케 했다.

울산공장에는 5개의 독립공장이 있다. 생산되는 차종은 17개다. 각 공장에는 설립 연도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어 오랜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내연기관차를 개발·생산해 온 현대차 울산공장은 현재 또 다른 변화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5월 울산공장 내 23만4710㎡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2025년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국내에 신공장을 짓는 건 1996년 아산공장 가동 이후 29년 만이다.

멀찍이 본 전기차 공장 건설 부지에는 수십대의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향후 가동이 본격화하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능형 스마트시스템, 자동화 등을 기반으로 차세대 미래차를 양산하는 미래차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날 5개의 공장 중 현대차가 공개한 내부는 3공장이다. 1990년 설립된 3공장은 울산공장 내 최초로 프레스, 차체 등 자동화 생산체계를 갖춘 공장이다. 연간 36만7000대의 아반떼, 베뉴, 코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코일형태의 철판을 먼저 프레스기계로 압착해 차량의 패널을 제작하는 ‘프레스 공정’부터 패널을 용접하고 조립해 차의 뼈대를 만드는 ‘차체 공정’, 색상을 입히는 ‘도장 공정’, 2만여 부품을 장착하는 ‘의장 공정’ 등 4단계를 거쳐 차가 만들어졌다.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의장 공정을 자세히 둘러봤다. 의장라인은 여러 부품을 차체 내부에 장착하는 마지막 단계인 만큼 정교한 작업이 필수다. 100% 산업용 로봇이 작업하는 프레스, 차체 등의 과정과 달리 90%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작업자들은 조립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문을 탈거했다. 이후 트림라인에서 와이어링, 케이블 등 각종 전장 계열 부품을 조립하고, 전기 신호 전달을 위한 배선 작업이 진행됐다.

샤시라인에서는 구동 부품 조립이 이뤄졌다. 내연기관의 경우 엔진, 변속기 등이 장착되며, 전기차의 경우 이 단계에서 배터리, PE(Power Electric) 모듈이 장착된다. 파이널 라인에서는 시트, 유리, 타이어 등 내·외부 인테리어 부품들이 장착됐고, 브레이크액 등 각종 액체류도 주입됐다.

다양한 부품이 무인운반차(AGV)에 실려 컨베이어벨트와 속도를 맞춰 이동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AGV에는 차량 조립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담겨 있는데, 라인이 종료되는 시점에 남은 부품이 있다면 조립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립되는 모든 차 앞부분에는 작업 안내서가 붙어있어 작업자들이 수시로 참고할 수 있었다. 내수·수출용 구분, 색상 등 차량에 대한 각종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이렇게 완성된 차는 사전품질검사(PDI) 센터를 거친 뒤 수출 부두로 이동한다. 수출 부두는 공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 도로의 이름은 ‘아산로’다.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호인 아산을 도로이름에 붙였다.

울산공장은 5만t급 선박 3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자동차 수출 전용부두를 갖추고 있었다. 부두 길이는 약 830m로 46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지난해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142만4141대의 차량 중 65.7%인 93만5590대가 이 부두를 통해 수출됐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울산 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각종 조세 납부를 비롯해 수많은 협력업체 유치를 통해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어서다. 임직원이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울산공장을 나오는 길 지나친 한 주유소에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명언 ‘모든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자세에 달려 있다’가 새겨져 있었다. 단순 경제적 역할을 넘어 현대차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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