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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버스 10중 5대는 중국산…中만 배불리는 '가격' 보조금 정책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이미 50%를 웃돈다. 전기화물차 점유율도 중국산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승용차는 테슬라에서 생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다. 8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10배나 늘었다.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인 덕분인데,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대신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 이러다보니 우리 정부가 전기차 구입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의 대다수가 결국에는 중국 기업 배 불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 1514대 중 675대가 중국산이다. 전기버스 시장의 44.6%가 중국산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점유율은 52.3%로 절반을 웃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중국산 화물차도 약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산 제품의 전기화물차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였지만, 8월부터 두 달 연속 20%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팔린 전기화물차 5대 중 1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전기버스와 화물차 뿐 아니라 승용차 부문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테슬라 모델Y는 지난달 국내에서 4206대가 판매됐다. 8월 431대가 팔렸는데 한 달 만에 판매량이 10배나 급증했다. 가격을 2000만원 이상 낮춘 덕분이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한 미국산 모델을 국내에 판매했지만, 9월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제작한 LFP 배터리를 얹은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CHTC 킨윈이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버스 에픽시티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이다. [헤럴드경제 DB]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손봤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부터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더 많이 주기 시작했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NCM)를 사용하는 국산 전기버스를 밀어주는 차원이다. 또 안전 기준 관련 규정도 추가해 국산 전기버스가 최대 7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때 중국산 버스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보조금만 받도록 했다. 정책 발표 후 올 2분기 중국산 전기버스 시장점유율이 37%로 소폭 낮아졌지만, 그 때 뿐 3분기 점유율이 다시 50% 가까이 치솟았다.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은 대당 약 3억5000만원 수준인 국산 전기버스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다. 이와 함께 전기 화물차도 AS센터 유무에 따라 보조금을 최대 20% 삭감하는 등 견제 장치를 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해서다. 정부는 현재 1톤 전기트럭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250㎞만 넘으면 보조금을 100% 준다. 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산 1톤 전기 트럭은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경남 거창군 등에선 1000만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현재 보조금 지급 기준 대신 국산 부품을 사용했는지, 최종 조립을 국내에서 했는지,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등을 살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IRA에서 활용 중인 전기차 부품 원산지 규정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기여 지수’를 만들어 이를 보조금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우리 자동차 기업들이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지향형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있다”면서 “직접적 제재가 아닌 리사이클링, 탄소배출 등 환경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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