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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퉁 파는 ‘팔이피플’ 붙들었더니…“명품 베끼고 ‘영감 받았다’ 발뺌”① [붙잡을결심]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 인터뷰
샤넬, 르메르…가짜 명품 만든 인플루언서
명품 베끼는 과정 블로그에 적기도
수사망 좁혀와도 “잘못 없다” 발뺌하기도
지난 13일 대전 정부대전청사 특허청에서 김주영(왼쪽)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수사관, 김지언 사무관, 최승진 수사관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대전)=김빛나 기자] ‘짠! 둘 중에 OOO 제작, 정품은 어떤 제품일까요?’

‘색감 따라 하기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미대 나와서 다행이죠. 하지만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어요. ^^’

가짜 명품을 제작해 지난달 구속된 유명 인플루언서 A씨의 블로그에 적힌 내용이다. A씨를 수사한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 소속 최승진 수사관은 “블로그 모든 내용이 증거가 됐다”(웃음)며 “명품(을 베껴) 제작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남겼더라. 범죄행위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당 명품 소비 1위’ 한국은 명품 디자인 도용범죄도 심각하다. 샤넬 등 인지도 높은 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쉽게 이름을 도둑질당한다. 디자인 도용을 주도하는 건 온라인 쇼핑몰들. 블로그 누적 방문자 150만명이 넘는 인기로 온라인에서 가품을 제작·판매한 A씨는 기술경찰이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범죄수익을 추징 보전하고 피의자로 구속한 첫 사례다.

지난 13일 대전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술경찰 최승진·김주영 수사관 그리고 김지언 사무관을 만나 디자인 범죄 사례와 수사 과정에 대해 들었다.

가짜 명품을 제작해 지난달 구속된 유명 인플루언서 A씨가 제작한 가품(왼쪽)과 르메르 정품. [특허청 기술경찰 제공]

유명 인플루언서였던 A씨는 직접 회사를 차려 직원 8명을 두고 가짜 명품을 제작했다. 정품으로 구입 시 총 34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최 수사관은 “보통은 온라인으로 알음알음 짝퉁을 제작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법인을 설립하고 회계담당, 인사담당, 고객센터(CS)담당까지 다 있었다”며 “기업형 범죄라 생각했고 중대한 사건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는 명품 VIP만 초대받을 수 있는 패션쇼에 참여해 국내에 수입이 안 된 제품을 베끼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최 수사관은 “A씨는 정품과 모방품을 같이 두고 이렇게 똑같이 제작했다. ‘여러분은 500만원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홍보했다”며 “해당 기업이 입을 피해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망이 좁혀와도 A씨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지난 3월 기술경찰이 사업장을 압수수색할 때도 A씨는 당당했다. 최 수사관은 “(A씨는)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서도 ‘나는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저 방에서 기다려라. 나는 준연예인’이라고 말했다”며 “초반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주영 수사관은 “A씨는 ‘모티브’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나는 영감을 받은 것뿐이고, 내가 입어 보니까 이런 부분이 좋아서 만들었다. 소재도 바꾸고 길이도 줄였으니 내 옷’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기술경찰은 증거물과 공범들을 잡아들였고, 범죄수익 24억3000만원에 대해 추징 보전을 신청해 전액 인용됐다.

수사관들은 디자인 범죄의 심각성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지언 사무관은 “디자인 도용을 당한 회사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으나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지적했다.

최 수사관은 “댓글 여론을 봐도 ‘디자인 도용이 범죄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며 “하지만 디자인 도용은 범죄이고,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은 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디자인 등록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 범죄 수사는 정교한 기술과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최 수사관은 “크게 4가지 기준으로 사건을 본다. 먼저, 고의 여부가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베낀 건지 확인하고, 얼마나 제품이 유사한지 살핀다”며 “그리고 디자인 등록이 된 제품인지 확인하고, 옛날부터 있었던 제품인지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수사관은 “인상 깊은 댓글이 있었다. ‘저분들은 우리에게 가짜를 팔고 본인은 진짜 명품을 입는다’는 댓글이었다”며 “맞는 지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훔쳐서 A씨는 명품 VIP가 됐다. 많은 소비자가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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