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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사-노무사 '영역 다툼' 심화..."우리만 가능" vs "우리도 가능"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무사와 행정사 간 직역 간 ‘영역 다툼’이 심화하고 있다.

행정사가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등 노무사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는 지를 두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행정사회 업역수호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행정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며 “노무사회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입법 로비를 즉시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이날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수행한 행정사가 행정사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됐다”며 “대한행정사회는 행정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하고 사과하라”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노무사와 행정사 간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해 12월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때문이다. 경기 광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수당과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이 노조와의 교섭에 행정사 A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는데, 이 행정사가 노조 측에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하면서 협약이 결렬됐다.

이에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교사의 제보를 받아 A씨를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행정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단체교섭을 대리하는 것은 공인노무사법상 ‘노동관계 법령 서류에 대한 확인’이나 ‘노무관리 진단’에 해당하는 노무사 고유의 업무로, 노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노사관계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행정사가 교섭 대리를 맡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노무사회의 주장이다.

다만 행정사회는 “행정사도 노동 관련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할 수 있다”며 “노무사회의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갈등을 유발한 것은 공인노무사법 27조 제1항 단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노무사가 아닌 사람이 노무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제한하면서 “다른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다른 자격사라도 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행정사회는 이를 근거로 법제처 해석과 헌법재판소 결정, 행정안전부 해석과 의견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행안부 해석을 보면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귀하께서 질의하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서면작성 대행 업무 수행은 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써 있다. 다만 행안부 해석은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행정사의 업무 수행은 ‘서면작성’ 대행 업무로 한정하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반면 노무사회는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은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무사회가 이런 주장을 하는 법적 근거는 변호사법 제109조(벌칙)다. 이에 따르면 행정사는 심판사건에 대한 법률 관계 문서의 작성과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없다. 또,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도 행정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나서 타인의 소송이나 그 밖의 권리관계분쟁 또는 민원사무처리과정에 개입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업무 영역에 대한 조정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노무사와 행정사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10회의 시험을 통해 배출된 행정사는 41만3000여명이다. 경력직 공무원 등에게 시험을 일부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어 매년 만 명 단위의 면제자가 행정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매년 300명 내외로 뽑는 공인노무사는 5936명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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