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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멘 돌무덤 유럽까지..마음 웅장해지는 고창 고인돌 [함영훈의 멋·맛·쉼]
세계 문화·자연유산 7관왕 고창여행③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고인돌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는 돌무덤, 고인돌이라 부르고, 유럽은 돌멘이라 한다.

고창 도산리 탁자형 고인돌
남방계 고인돌이 많은 죽림리 유적은 힐링과 뿌듯함이 있는 에듀테인먼트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유럽 동쪽 작센지역 종족과 서진하던 켈트족이 만든 나라 영국에서부터 한국까지 5만여기의 고인돌이 있는데 절반 가량이 한반도와 우리의 옛 영토(동북아시아 북쪽과 동쪽)에 집중돼 있다.

즉 고인돌은 한민족, 혹은 한민족과 혈연, 동맹, 생활문화교류 등으로 일정한 인연을 맺은 유라시아 대륙의 북위 25~50도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양식이다.

▶고인돌을 보면 마음이 웅장해진다= 고인돌은 왜 한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 포진해 있는지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상상해 보면, 흥미롭다.

우리의 고인돌 유적을 마주대하노라면, 유전학이 발달된 요즘 유럽인, 아메리카인 사이에서도 한국인 DNA가 확인된다는 얘기, 고조선의 수도 아사달(아스달), 경주 전설의 주인공 아사녀에 나오는 ‘아사(아스)’가 ‘Earth’(어스:지구), ‘Asia’(아시아)의 어원이라는 동서양 사학계의 학설 등이 오버랩된다.

고인돌 유적지 탐방

동이·한민족의 상징인 빗살무늬토기와 고인돌의 분포는 동북아시아에선 거의 일치하지만, 유독 고인돌은 중앙아시아를 지나 영국에까지 나타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영국의 스톤헨지를 비롯해 범(凡) 고인돌 계열이 세계유산에 몇몇 등재됐는데, 한국의 고인돌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한반도 2만여기 등 우리의 고토인 동북아시아 북쪽과 동쪽의 것을 합쳐 3만여기가 있다고 한다. 세계 고인돌의 50~60%가 고조선지역에 있는 셈이다.

한국의 고인돌 중에는 고창 죽림리 것이 밀집도가 높고 2~3개 마을에서 발견된다. 고창 고인돌 유적에서 확인되는 특징은 남방계 고인돌이 많아야할 이곳에 북방계 고인돌도 여럿 보이는 등 다양한 유형의 고인돌이 모두 모여있다는 점이다. 4000~5000년전 고창은 대체 어떤 곳이었기에….

강화도 북방계 고인돌

▶여러 유형 다 있는 고창 고인돌 유적= 과학이 발전해 민족의 탄생과 이동, 유전학-언어학적 특성이 확인되면서 총칼에 당한 착한자들의 뒤틀린 역사들이 하나둘 진실을 드러내는 가운데, 고창 고인돌이 왜 종합선물세트 같이 버라이어티한 지도 앞으로 규명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고인돌이란 지상이나 지하에 시신을 묻는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큰 돌을 얹은 선사시대 무덤이다. 납작한 판석이나 괴석형 덩이돌 밑에 돌을 고이는 무덤형태이다.

이 유적이 세계적으로 엄청한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모를 때, 우리 고창 어르신들은 높은 돌 위에 고추를 말리니 기가 막히게 잘 마르더라고 했단다.

고창 도산리 북방계 고인돌

고창군에는 전북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의 60% 이상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그 수치는 대략 2000여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군 죽림리 일원에는 500여기 이상의 고인돌이 밀집 분포되어 있어 단일구역상으로는 최대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

죽림리 외에도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 지어 분포하고 있으며,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섞여있다.

탁자식 고인돌은 잘 다듬어진 2~6매의 판석을 이용해 지상에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상석을 올려놓은 형식으로 석실의 형태는 ‘ㅍ‘자 또는 ‘ㅁ’자의 형태로 띤다.

기반식 고인돌은 3~4개의 지석이 거대한 상석을 받치고 있는 형태로 매장 주체부는 반지하식이나 지하식으로 마련된다. 대체로 한반도의 남부지역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발견된 예가 없어 ‘남방식 고인돌’이라 불리기도 한다.

화순 남방계 고인돌

개석식은 기반식 고인돌을 닮았지만, 하부에 지석을 고이지 않고 거대한 상석이 매장주체부의 개석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반식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웅장해진 마음, 편안한 산책, 코스모스밭= 죽림리 고인돌 유적은 유네스코생물보존지역이자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고창 운곡 람사스습지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습지탐방용 친환경 전기열차 탑승지인 용계리가 북쪽에 있고 습지의 메인구역은 그 남쪽인 운곡리에 있으며, 운곡습지의 최남단은 이 죽림리 고인돌유적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효율적 탐방을 하려는 사람들은 고인돌 유적 탐방을 먼저 한 뒤 유네스코 운곡습지로 가기도 한다.

습지 남쪽 고개를 넘으니 산중턱 경사면에 수백개의 거석들이 놓여있고, 그 사이로 탐방로가 나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고인돌이 있었으나 그 중요성을 모르던 시기에 석재로 많이 이용되어 사라졌다고 한다.

죽림리 고인돌은 산지의 경사면에, 마을은 경사면의 끝 하천변 평지에 형성돼 있다. 산과 하천 사이에 있는 죽림리에선 고인돌 상석의 채석장의 존재도 확인된 바 있다.

고창 죽림리 고인돌유적 전경

도산리 고인돌은 전형적인 탁자형이다. 사람 키 만한 간벽(다리같은 모양) 위의 덮개돌 위에 주민들은 고추를 말리고, 아이들은 숨박꼭질을 했다고 한다. 도산리 탁자형 고인돌 앞에는 김장대야 만한 하트 모양의 돌도 놓여있어 좋은 포토존이 되고 있다.

고인돌 유적은 수천년전, 장묘·제례·생활문화 글로벌 아젠다 세터였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떠올리며 명상을 하는 산책길이 되기도 하고, 청동기 시대 조상들을 흉내내며 다양한 포즈로 인생샷을 건지는 사진놀이 소품 역할도 한다.

죽림리 고인돌 유적 앞 드넓은 벌판은 연분홍에서 주홍색 자주색까지 다양한 코스모스를 품고 있어 고인돌 여행의 첨상첨화 노릇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이자 국가명승인 고창 병바위
병바위는 가까이 가보면 또 다르다.

▶자연 바위, 명승 병바위= 고인돌 말고, 자연돌 역시 고창 것은 흥미롭다. 병바위는 인천강과 용산천이 합류하는 반암리 호암마을의 평탄한 대지 위에 우뚝 솟아있다. 이 명승은 병바위와 함께 소반바위, 전좌바위, 두암초당 등을 일대를 아우른다.

선인봉의 신선이 술에 취해 잠결에 술상을 발로 걷어차 술을 담은 호리병이 땅에 거꾸로 꽃혀 병바위가 되었고, 술상인 소반이 굴러와 소반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전좌바위는 술안주인 전과 꼬치이다.

그러나 성격유형 T형 답게 지질학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병바위, 소반바위, 전좌바위는 하나의 화산암 덩어리에서 분리된 풍화지형이다.

병바위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유문암과, 화산재로 만들어져 쉽게 부서지는 응회암의 풍화작용의 차이로 생겨났다. 붙어있다 떨어지는 과정은 영월의 선돌과 비슷하다.

대형 암석의 분리 외에, 같은 암석내에서도 약간 부분 만 벌집 처럼 풍화된 타포니 현상도 보인다. 완주 해골바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병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할아버지 바위’, ‘이승만 바위’로도 불리고, 최근에는 ‘아이언맨 바위’라는 MZ형 별명도 들린다.

병바위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관찰자의 생각에 따라 할아버지바위, 아이언맨바위로도 불린다.
전좌·소반바위 아래 오목한 곳에 세운 두암초당

병바위와 원래 붙어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소반-전좌바위 덩어리의 아랫부분엔 두암초당이 절묘하게 착상해 있다.

병바위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호리병 또는 사람 얼굴 모양의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실제 병바위는 18세기 이후 지리지, 지도 등에서 호리병바위를 뜻하는 호암으로 불렸으며, 19세기 부터는 병바위 일대가 호남 명승으로 널리 알려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세계유산 7관왕, 고창’ 시리즈 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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