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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인의 탈출’ ‘욕드’와 ‘욕안드’의 경계에서[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7인의 탈출’은 대표적인 ‘욕드’다. 욕하면서 본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소재를 가능한 많이 넣어 강도의 레벨업을 구축했다.

20일 방송된 9회에서는 한모네(이유비)라는 가수가 코디네이터 겸 매니저인 송지아(정다은)가 작곡한 노래를 돈 주고 뺏다시피하며 발라드 가수로 인기를 유지하다가, 모네의 과거를 폭로하려는 송지아는 죽은 채 발견되고 ‘K를 함부로 부르는 자 반드시 죽는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송지아는 혼자 가수로 독립하려 했지만, 학폭 이슈가 터져 데뷔도 제대로 못해 사면초가가 됐다.

‘K’는 성찬그룹 후계자 심준석(김도훈)으로, 암흑의 세계에서 엄청난 권력으로 마왕처럼 군림하는 자였다. 한모네와 연인관계였던 K는 모네의 부탁을 받고 끔찍한 일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런 에피소드는 자극을 기본으로 하면서 점점 호러물로 나아가고 있다.

초반에도 여고생 한모네가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 미술실에서 출산을 하는 센 장면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많은 수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6%대에 머물고 있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펜트하우스’가 시청률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시청률은 기대와 예상을 밑돌고 있다. OTT 플랫폼에 높은 수위의 작품들이 많이 방송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저조한 성적이다.

‘펜트하우스’는 학원폭력, 원조교제, 과도한 속물주의라는 ‘마라맛’ 소재들이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와 입시문제 등에 대한 세태 풍자 의미가 들어감으로써 통쾌함과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7인의 탈출’에는 자극성은 있고 빌런들은 차고넘치지만 아직 통쾌함은 맛볼 수 없다. 물론 이휘소가 변신한 ‘악의 단죄자’ 매튜 리(엄기준)가 복수를 위해 7인의 악인과 손을 잡으며, 제주생존자 7인에게 단계적으로 복수해나가겠지만, 9회까지도 답답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민도혁(이준)만은 7인중에서 뭔가 다를 것 같지만, 아직은 여전히 고구마 같은 캐릭터다.

초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듯하면서도 뜬금없이 유니콘과 오로라가 등장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장면을 내보는 탓도 있는 듯하다.

30년간 탁주 맛 나는 목소리로 연기해온 이덕화(방칠성 회장 역)의 열연도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덕화는 죽고, 실종됐던 방다미(정라엘)도 죽었다.

방다미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K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방다미에게 총을 쏜 범인은 양부인 이휘소(민영기)라는 가짜뉴스가 방송되도록 하고 있다. 전작과는 달리 ‘K’라는 빌런 중의 빌런을 등장시켜 자극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정도 줄거리라면 시청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소위 ‘욕드’,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전개다. 하지만 요즘은 ‘욕안드’, 욕하면서 안보는 드라마도 있다.

월화극, 수목극 등 지상파 드라마 편수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기는 하지만, SBS도 크게 막장 드라마나 복수 드라마, 두 종류만 줄기차게 반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스릴 넘치는 게임을 보듯 잔뜩 마라맛 나는 드라마 아니면 공권력이 신속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체제에서 ‘모범택시’,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와 같이 사적복수에 나서는 히어로물 등이 인기를 얻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도 공적 체제가 가동하지 못하니 정체 미상의 ‘개탈’이라는 자가 국민 참여 심판 형태로 사회적 정의를 구축하겠다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 미상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지난 19일 방송된 9회 시청률이 2.7%로 떨어졌다. 이제 이런 드라마를 방송해도 과거 만큼의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7인의 탈출’이 6~7%대 시청률에서 반등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거짓말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명의 악인들의 생존 투쟁과, 그들을 향한 피의 응징을 그린 피카레스크 복수극 ’.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심이 드러나고, 못된 짓을 하면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드라마의 주요한 소재였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전개가 필요하다.

앞으로 매튜 리가 기획하는 복수 플랜이 착착 가동될 것이다. 악인들이 위기를 맞는 과정이 너무 길어지면서 최종 복수가 임팩트 없이 허무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김순옥 작가의 숙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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