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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에 배터리까지 넘본다 [中만 배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중국산 전기상용차 국내 점유율 상승세 이어져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잇달아 출시
“LFP 배터리에 환경적 비용 더해야” 목소리도
BYD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전기화물차 ‘T4K’. [GS글로벌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국산 전기 상용차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며 국산 제품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력으로 삼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늘면서 ‘보조금 쏠림’ 현상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를 비롯해 하이거, 킹롱 등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진출한 다수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 2021년 약 40% 수준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기 트럭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거세다. 올해(1~7월)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화물차는 모두 1358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8월 등록된 수입 상용차 상위 10종 가운데 4종이 중국산 전기화물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BYD가 ‘T4K’를 앞세워 국내 전기화물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T4K는 GS글로벌이 BYD와 협업을 거쳐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출시한 1t(톤) 전기 트럭으로 국내 1t 전기트럭 가운데 최대용량인 82㎾h의 BYD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했다.

BYD 블레이드 배터리. [BYD 제공]

보조금 혜택을 받는 중국산 전기화물차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무공해차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에서 구매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전기화물차 비중은 28%(50종 중 14종)로 지난해 대비 9%포인트 늘었다.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도 1년 새 5종에서 14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화물차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로 느슨한 보조금 체계를 꼽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량 성능이나 주행가능거리에 구분 없이 전기화물차에 대해 최대 23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이 3980만원으로 책정된 지리차 ‘Se-A’의 경우 구매보조금 2350만원에 소상공인 추가 지원금 360만원을 더하면 1270만원에 차를 구매할 수 있다. 이미 중국 내 보조금 정책이 폐지된 상황에서 중국 제조사 입장에선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보조금 지급 대상 기준을 구체화하고, 기준을 엄격하게 구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상대적으로 배터리 성능이 낮은 중국산 전기화물차가 국산 전기 화물차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 판매가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한 후에 200~300만원 할인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는 중국산 LFP 배터리 확산세가 가파르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격 낮추기’ 경쟁에 돌입,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업체가 늘어서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NCM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지만, 제조원가가 30%가량 싸고 외부충격이나 화재 등 위험요인에 노출 시 안정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 ‘모델 Y’(위쪽부터 시계방향),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기아 ‘레이 EV’(왼쪽),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기아·KG모빌리티 제공]

테슬라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5000만원대 ‘모델 Y’를 내놨고, KG 모빌리티도 브랜드 첫 전용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 EVX’에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외에도 기아가 최근 출시한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 EV’, 내년 출시를 앞둔 현대자동차 경차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에도 모두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 차량의 경우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모두 4206대가 팔렸다. 이는 국산, 수입전기차 통틀어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지난 8월과 비교해 무려 876% 늘어난 수치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한국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독식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를 척도로 ‘환경적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의 보조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은 갈수록 그 중요성과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와 달리 리튬 이외에는 건질 수 있는 재료가 없어 막대한 양의 환경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사용 가치가 떨어진 LFP 배터리를 땅에다 묻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하는데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며 “LFP 배터리에 환경적 비용을 추가하거나 리사이클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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