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최된 순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장. |
민주당 소속 순천시의원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전남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전남 순천시의회(의장 정병회)가 의대 유치를 촉구하기 위해 단체로 승차한 버스 안에서 중진 의원들 간 멱살잡이와 쌍스러운 욕설을 내뱉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추태에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내 정치 성향이 다른 의원들 간에 갈등 표출이자, 같은 행정구역이면서도 인근 도시 '광양시 지역구'에 배속된 시의원 간에 주도권 다툼으로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20일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지역위원회와 순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 15명은 지난 18일 관용차(버스)를 타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에서 전남권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집회차 단체로 상경했다.
사건이 발단은, 시의회 중진 정모(66) 의원이 "국회 앞에서 지역위원장(소병철 의원)이 삭발식이 있으니 격려차 국회에 들른 뒤 용산으로 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정치성향이 다른 김모(51) 의원은 "의회 회기 일정도 변경해 올라온 건데 예정에도 없는 국회의원 삭발식에 참여하는게 맞느냐"고 퉁명스럽게 따졌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정 의원이 "김 의원은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며 들고 있던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급기야 김 의원 멱살을 잡고 흔들었으며 동료 의원들은 말리느라 정신이 없는 등 버스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재선 의원인 두 사람은 나란히 상임위원장도 나눠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은 "내가 배지 떼면 가만 안 두겠다"며 분이 안풀린 듯 고함을 지른 것으로 주변인들은 전했다.
이날 의원들 간의 다툼은 수발을 위해 동행한 시의회 사무국 팀장과 직원 7명이 고스란히 추태 현장을 지켜 봤다. 삭발식 정당 행사에 당원이 아닌 시청과 시의회 공무원들이 참석한 것도 논란 거리다.
한바탕 소동 끝에 국회 앞 삭발식에 동참해 전남 의대를 촉구하는 모양새는 취했지만 일부 의원은 플래카드 앞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등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시의회 경거망동이 자칫 의대 유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실 확인과 소명을 듣기 위해 20일 두 의원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에도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순천시의회 재적의원 정수는 총 25명이며 정당별 의석수로는 민주당 20명, 진보당 2명, 국민의힘 1명, 무소속 2명으로 이번 행사는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또한 순천시 지역구의 경우 2020년 여야 선거구 협상에서 막판 게리멘더링 사례로 인구 5만6000여명의 해룡면을 떼어 내 '광양시 을'(지역위원장 서동용)에 편입시키는 바람에 행정구역과 불일치 해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시의회 윤리위원회에서는 사실 확인을 거쳐 지방의원 품위 유지 위반 등의 징계 논의를 여태 하지 않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 비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