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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등록금 줄줄이 인상에 ‘수천억 적립금’ 쓰라는데…대학은 “못 쓴다” 난색
총장들 ‘등록금 인상’ 계획에 대학가 반발
릴레이 시위 중…“수천억원 적립금 써라”
“노후자금 당장 쓰라는 얘기” 대학은 난감
지난 18일 숙명여대 서울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금도 국가장학금과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천억 원 대학 적립금은 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만 등록금만 요구하시나요?” 지난 18일 오후 12시께,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학부생 손모(21)씨가 말했다. 손씨를 비롯 7명의 학생들은 캠퍼스 정문 앞에 모여 “부족한 재정은 적립금으로 메우고, 대학의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학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등록금 인상 움직임과 관련, ‘적립금’을 둘러싼 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재정난이 심화한 대학들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학생들은 학교마다 많게는 수천억 원 규모로 축적하고 있는 적립금을 사용하면 된다며 반발한다. 다만 대학 측은 적립금의 경우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자율적 운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현재 대학가에선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 시위는 동덕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에서도 진행됐으며 전날 숙명여대가 9번째로 참여했다. 홍익대·고려대 등 캠퍼스에도 “2024년 등록금 인상 방지를 약속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학가 등록금 인상 기조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10여 년 넘게 이어져온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대학가 재정난과 고물가 영향으로 깨지면서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따르면 올해만 86개 대학(44.6%)이 학부, 대학원,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올렸다.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곳(8.8%)으로 대부분 교대였다. 등록금 인상 기조는 내년께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7월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에 설문한 결과 70%가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학교육연구소]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선 공통적으로 ‘적립금’ 문제가 거론된다. 숙대를 비롯해,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규모의 등록금을 보유하고 있는 홍익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홍익대 누적 적립금은 무려 7500억 이상으로 국내 사립대학 중 압도적 1위”라며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신 적립금을 사용해) 노후 건물 재건축, 전임교원 확충에 사용하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적지 않은 적립금을 축적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학들은 많게는 수천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적립금은 등록금과 기부금, 기타 비용 등으로 형성된다. 대교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사립 대학 및 전문 대학이 보유한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10조6202억원이다. 대학별로 보면 홍익대(7288억원), 이화여대(6352억원), 연세대(6146억원) 등이 가장 많았다.

다만 정작 대학 측에선 재정난 문제를 적립금으로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립금은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 ▷건축 ▷장학 ▷퇴직 ▷기타 적립금으로 구분된다. 이 때문에 자율적으로 운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등록금 인상을 대신해 적립금을 쓰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정 규모의 적립금을 예금처럼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천억 원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당장 적립금 100억을 쓴다고 하면, 미래의 이자수익까지 사실상 200억~300억을 쓰는 셈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인상 대신 적립금을 사용하라는 것은 노후 대비용으로 적금을 들어놓고, 지금 돈이 없으니 당장 쓰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등록금을 둘러싼 학생과 대학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정부에서 나서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교협 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대학들의 적립금 규모만 보면 많아 보이지만, 신축 건물만 하나 지어도 수백억 원을 한번에 써야해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법정 상한에 묶여있는만큼 정부에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등록금 인상 반대 대학생 공동운동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대학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연합]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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