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발언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창의지향적 기업 문화를 선도하라. 한계를 뛰어넘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성취를 계승하라. 미래 세대에 다가서는 ‘제2의 신경영’으로 나아가라.”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모인 세계적인 석학들은 삼성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 외치며, 삼성을 그야말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개조시킨 이건희 선대회장의 발자취를 둘러본 데 이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이 요동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현재 시점을 맞아, 앞으로 삼성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진단했다.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본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과 같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표준적인 대규모 조직의 관리를 하다보니, 직원 몰입도 하락이 초래되기도 한다”며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건전한 성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커뮤니티로부터의 가치 인정 ▷타인의 가치 인정 ▷스스로의 가치 인정 등 이른바 ‘행복의 3위 일체’라 불리는 문화를 조직원들 사이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삼성에 창의지향적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이탈리아의 ‘피렌체’ 문화처럼 인간 가치가 존중되고 창조성 넘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

대전환 시기에 필요한 경영 혁신 전략과 이에 따른 삼성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스콧 스턴 MIT 경영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세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어 이룬 성취를 ‘가능을 넘어선 창조’로 명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이 여전히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삼성의 미래 지향점으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 역시 삼성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 기업의 경쟁 우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봤다. 또 ‘변화’보다 ‘안정’이란 단어가 오히려 기업에는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속도가 경쟁 우위’라는 자세로 다른 기업보다 시간당 더 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미래 기회를 발굴하는 데 리더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신경영 이후 삼성의 변화된 인사 관리를 분석한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는 위치와 시점에 적절히 부합하는 리더를 준비시키고, 사업전략에 부합하는 인사제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윤리 교수는 ‘인공지능(AI) 붐’ 시대에 따라 관련 윤리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을 감안해, 삼성 내부에 윤리 전문가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머인 신세대를 포용하는 ‘디지털 경영’ ▷투명성 옹호자인 신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개성 경영’ ▷글로벌리스트인 신세대의 협력 DNA를 장착한 ‘콜라보 경영’ ▷신인권세대인 신세대 가치관을 이식한 ‘인권경영’ 등의 활동을 예시로 들었다.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삼성의 신경영도 시대에 따라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삼성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