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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당 의사 수 서울·지방 최대 2배 격차…“의대 정원 4000명 늘려 지방에 우선 배분해야”
의대 정원 확대 세부 규모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갈려
“현재 정원 5%” vs “4000명”
[헤럴드DB]
정부가 내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어 의대 정원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조율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김빛나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현장에선 붕괴 직전인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 의료 공백이 시급한 만큼 최대 40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확대 없이는 서울과 지방 간 의료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의사 공급을 늘리면 그 효과가 지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여기에 지방의대에 지역인재 유지 확대를 통해 지방 출신들이 그 지역 대학을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 간 의료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현황(2021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은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4.7명으로 전국 평균 2.5명을 훌쩍 넘었다. 반면 광역시가 아닌 지방은 의사가 적었고, 세종은 1.95명으로 가장 적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환경대학원 교수 역시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지방의대 쪽으로 우선적으로 보내야 한다. 특정 지역에서 공부하면 그곳에서 뿌리내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대가 있는 지방 소재 대학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지방에 대한 의사 인력 공급이 시급한만큼, 정부도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미니 의대(한 해 정원 50명 미만)’와 지방 국립대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이에 따라 대학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있는 경상국립대는 최소 150명 이상의 의대 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는 전날 기존 89명인 도내 의대 정원을 221명 이상 증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의대가 없는 다른 대학 관계자는 “수험생과 재학생이 의대 입시에 몰리면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의대 정원 확대가 대학 순위에도 변동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나 종합병원을 보유한 대학을 선호하는 수험생 심리가 반영되면서 대학 순위도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에도 의대를 보유한 대학 입학점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의대 정원 확대 시 이 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연합]

정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상태 자체가 너무 오래됐고,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숫자가 OECD 평균이 14명인데 우리나라로 계산해보면 졸업생이 7500명 정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대 정원이 3500명임을 감안했을 때 최대 4000명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대 정원은 23년째 동결 중이다. 2000년 기준으로 3507명이었던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2000년 당시 의약분업 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의대 정원을 감축하기로 했고, 교육부는 의대 정원을 3507명에서 3156명까지 4년에 걸쳐 351명 감축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이 정원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1000명 이상 증원은 현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의대 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의약분업 때 줄어든 351명은 복원하되, 여기에 더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체 의대생 수의 5%인 150명 정도를 늘리는 방안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격차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다수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의료를 살리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지역 중소병원, 동네병원 그냥 가라고 하면 안 간다. 국립대병원이 동네병원과 협력해 소속 대학 학생이나 전공의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지방 의대에 가더라도 배치가 지방에 안 되면 소용 없다. 일차적으로는 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지방 정부가 돈을 더 내서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의사에 대한 보상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지 논의한 뒤에 지역 의사에 대한 공급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의사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 밝힌 가운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binna@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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