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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통계조작 의혹’ 1급 2명 직위해제…내부 뒤숭숭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첫 직위해제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은 받은 국토교통부 1급 공무원 2명이 ‘직위해제’됐다. 직무상 통계 업무 문제로 국토부 고위 공무원이 직위해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토부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18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검찰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1급 공무원 A씨, B씨에 대한 수사개시를 통보하자 국토부는 지난주 이들을 직위해제했다. 수사기관은 현직 공무원을 수사할 경우 해당 기관장에게 의무적으로 수사 개시 통보를 해야 한다.

기소됐을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직위해제를 하고 나머지는 재량 판단을 하지만, 대부분 중앙부처는 수사 개시 통보를 받으면 관례적으로 직위해제를 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세종시 국토교통부. [헤럴드DB]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통계를 책임지는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에 통계 조작을 요구한 곳으로 지목된 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에서 주택정책관, 주택토지실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두세달 전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됐는데,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이들의 직위해제를 예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위해제 기간에는 새로운 인사를 낼 수 없어 수사 기간에 따라 기약 없는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 청와대는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했고, 최종 확정치를 낮게 산정하도록 압박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압박이 계속되자 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간은 아예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9월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전임 정부에서도 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중위가격이 실제 중위가격보다 부풀려졌거나, 민간에서 작성된 시세 통계와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원,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조사기관은 표본 조사를 통해 통계를 작성하는데, 표본 수집 및 설계 방식이 달라 편차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특정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부동산원 통계와 민간기관 통계에서 10%포인트(p)가량 차이가 나며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거세졌다. 당시 정부는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집계됐고, 민간 통계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집계된 호가 중심 통계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높이고, 호가 비율은 줄였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이 지속되며 당시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이어지고, 이번 건으로는 직위해제를 시켜 수사 받게 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내부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통계조작 당사자로 지목되는 부동산원 담당자 등은 당시 직무 범위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정권에서 보직상 맡은 일로 감찰 대상을 넘어 수사 대상에까지 포함되는 등 상황이 이어지며 민감한 업무에 대한 복지부동 기조와 무사안일주의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젊은 사무관들은 부처의 핵심 부서인 주택토지실을 기피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한 국토부 공무원은 “여러 상황이 무력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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