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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지구 임산부 5만명…“하루 빵 한조각, 길에서 출산할 판”
다음달 출산 예정 5000명
식수 부족에 분유 탈 물도 못 구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신생아가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화]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가자지구의 임산부들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빵 한 조각으로 연명하고 깨끗한 물과 의료품을 구할 수 없어 당장 출산이 임박한 이들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17일(현지시간) CNN은 유엔인구기금(UNFPA)을 인용해 현재 가자지구에는 약 5만 명의 여성이 임신 중이며, 그 중 10%가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병원 밖에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시신을 들어 안고 있다.[로이터]

도미닉 앨런 UNFPA 팔레스타인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임산부들이 이중 악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8개월 임산부인 쿨루드 칼레드(28)는 지난주 아들 옆에서 자다가 이스라엘의 공습 소리에 잠에서 깼다. 검은 연기가 방을 가득 채웠고, 그녀는 숨을 쉬기 어려웠으며 복부에 통증을 느꼈다.

낮밤으로 이어지는 폭격에 결국 북부 알카마라 지역의 집을 떠나 남쪽 이집트 국경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 도착한 이들 가족이 마주한 현실은 조금도 희망적이지 않았다. 국경 앞에 집결한 50만명의 이재민들은 식량 부족에 직면했으며, 전기나 수돗물도 공급되지 않아 힘겹게 버티고 있다.

칼레드는 “마른 빵 한 조각이 하루 식량의 전부”라며 “이마저도 언제 배급이 끊길 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르딘 파레스(27)도 임신 9개월차에 북부 알 리말 지역에서 차로 40분을 이동해 칸 유니스로 대피했다.

파레스는 CNN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자지구의 절반이 칸 유니스로 이주하고 있다”며 “현재 80명 이상의 다른 사람들과 침실 6개짜리 주택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임신 마지막 달에 있는 여성으로서 신에게 기도할 뿐”이라며 “칸 유니스에 있는 병원들이 전기가 끊기고 운영이 중단돼 진통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임신 7개월차에 접어든 모나 아쇼어는 남부 도시로 이동하지 못했다. 아쇼어의 가족처럼 여행 경비가 없는 주민들은 집 안에 머물며 최소한의 식량으로 버티는 중이다.

그녀는 “전쟁 전에는 일당벌이를 하던 남편 수입으로 영양제를 샀으나 지금은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양 부족이 뱃 속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앨런 대표는 “출산 전 마지막 3개월 동안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 임산부들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는 등 위생도 매우 불량하다”며 “더 심각한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가자지구에서 7개월 조산아로 태어난 쌍둥이 ‘누하’와 ‘파틴’이 먹을 분유를 탈 식수를 구하지 못해 산모와 가족 모두가 백방으로 물을 구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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