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서부 영화 '러스트' 촬영장에서 소품 총기에 의한 치사 사고를 일으킨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이 산타페 보안관실의 조사를 받은 뒤 보안관실 주차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영화 촬영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이 격발돼 촬영감독이 숨진 일과 관련, 배우 알렉 볼드윈이 과실치사 혐의로 다시 기소될 위기에 직면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와 CNN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뉴멕시코주 특별검사 2명은 볼드윈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은 성명에서 "지난 몇 달간 광범위한 조사 끝에 볼드윈이 촬영감독 사망 사건에 대해 과실이 있다는 추가적 사실이 드러났다"며 "뉴멕시코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볼드윈을 형사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도록 하는 게 적절한 조치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2개월 내 해당 증거를 대배심에 제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앞서 2021년 10월 영화 '러스트' 촬영 세트장에서 주연 배우 볼드윈이 소품용 권총을 쏘는 장면을 연습하던 중 맞은편에 있던 헐리나 허친스 촬영감독이 가슴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발사된 것이다.

이후 관할 사법 당국인 뉴멕시코주 검찰은 지난 1월 볼드윈과 당시 촬영장의 무기류 소품 관리자인 해나 쿠티에레즈 리드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검찰은 볼드윈의 혐의에 대해 수사 당국이 수집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기소를 취소하고 추가 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뉴멕시코주 검찰은 법원에 낸 서면에서 "권총 해머(공이치기)의 각도를 조정하는 안전 장치가 부분적으로 제거됐거나 갈려나간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볼드윈은 그간 스텝들로부터 문제의 총에 공포탄이 들어있다고 안내받았다고 항변하며, 당시 자기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오작동으로 총이 발사된 것 같다는 주장을 폈다.

촬영 현장에서 쓰인 45구경 콜트 리볼버는 해머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겨 발사하는 싱글액션 방식의 권총이다.

영화 '러스트'의 조감독이자 사건 당시 볼드윈에게 총을 건넨 사람으로 밝혀진 데이비드 홀스는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룬 혐의에 대해 유죄 인정 합의에 서명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