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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9시 오픈런 해도 60번째”...출산율 1위 세종 소아과 개업 ‘0’
작년 의원급 소청과, 울산·전남 ‘0’
대전·강원 등 1곳...수도권에 64%
“지역불균형 심화...특단대책 필요”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정원 입학 규모를 2025학년도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에 묶여 있는 입학 규모가 ‘필수 의료 공백’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월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3570명으로 512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검토안보다 확대된 규모다. ▶관련기사 4·5면

의료 공백 사태는 필수 의료 전 과목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는 ▷저출산 ▷낮은 진료비 ▷잦은 의료소송 등을 이유로 전문의들의 진료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지방에서부터 사실상 ‘소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세종시 맘카페에는 동네 소청과 예약과 관련해 “시간 맞춰 접수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접수 마감”, “오전 9시 되자마자 소아과 접수했는데 (대기번호가) 60번이 훌쩍 넘네요. 세종에서는 병원 다니기도 힘드네요” 등 토로가 넘쳐난다.

세종은 시민 평균연령 38.1세로, 가임기 여성 인구가 많아 올해 합계출산율(1.12명)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문을 연 동네 소청과는 고작 7곳에 그쳤고, 그 동안 2곳은 문을 닫았다. 작년 세종에 개업한 동네 소청과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역별 의원급 소아청소년과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세종과 울산, 전남에서 개업한 의원급 소아과는 모두 ‘0곳’이다. 여기서 의원급이란 1개 과목만 진료하는 병상 30개 미만 1차 의료기관으로, 동네 개인 병원을 의미한다. 작년 전국 의원급 소청과는 총 87곳이 문을 열었는데, 56곳(64%)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0곳을 기록한 세종 울산 전남에 이어, 대전 강원 충북 경북에는 작년 문을 연 동네 소아과가 단 1곳 뿐이다. 그마저도 충북에서 1곳, 대전과 경북에서 2곳이 문을 닫았다. 광주 경남 제주에서는 2곳씩 문을 열었는데, 같은 기간 광주 3곳, 경남 1곳이 폐업했다. 충남에서는 3곳이 개업하고 1곳이 폐업했다.

권역별 개업 대비 폐업률 평균치를 보면 수도권(61%), 영남권(76.5%), 충청권(80%), 호남권(100%)이다. 병원 폐업이 속출했던 코로나19 이후에도 지방의 동네 소청과가 스러지고 있는 셈이다. 백종헌 의원은 “의원급 소청과 부족으로 인해 인구 고령화, 지역 의료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병상 수, 인프라 문제, 정주 여건 등을 고려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은 경북, 제주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1·2차 의료기관에 수요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세종 충남대병원의 경우 2차 기관임에도 지난 4월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열어 주·야간 진료에 나섰다. 병원 관계자는 “타 시도에 비해 소아청소년 비율이 높지만 3차 기관이 없어 1·2차 기관이 응급 진료 수요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였던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안에 크게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안 강행 시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통화에서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더 이상 소청과를 지원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모든 문제는 (의사 부족이 아닌) 레지던트 모집이 안 돼서 시작된 것”이고 말했다.

김진·박상현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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