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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별 사외이사 후보군 최대 20배 차이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신한지주 140명, SC은행은 7명
주요 금융지주, 100명 안팎 관리
다양성 확보 속 참호구축 의견도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이 사별로 20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맡을 사외이사를 뽑기 위해 다양한 후보군을 파악해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지만, 오히려 로비 가능성을 키우고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참호구축이 견고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각 사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100명 안팎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확보,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별로 후보군 규모 차이가 컸다. 대표적으로 신한지주는 140명, KB금융지주는 130명을 지난해 마지막 사외이사 관련 이사회에서 후보군으로 확보했다. 지방금융지주들도 상당한 수의 후보군을 관리 중이다.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또한 각각 73명, 69명이 사외이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군을 선별하는 과정을 보면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주주나 사외이사 추천 보다는 외부자문 추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후보군이 가장 많은 신한지주는 140명 중 전체의 75% 해당하는 인물을 외부자문업체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사외이사 후보풀이 다양할 경우 장점은 뚜렷하다. 회계, 재무, 소비자보호, 디지털, 전기전자(IT),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확보할 수 있다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릴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글로벌화, 디지털 가속화 등으로 금융사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후보군 관리는 필수다.

양적으로 많은게 무작정 좋기만 할까. 오히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후보군을 늘리다보면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 최고경영자가 회사 안팎의 인물들과 친소관계를 구축하는 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또 후보자들 가운데 사외이사로 발탁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사외이사 수가 사별로 5~10명 안팎인 걸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후보군 자체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소 수십명, 많게는 백명 넘게 후보군을 관리하는 곳과 달리 10명 내로 압축적인 후보군을 가져간 곳도 있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사외이사 후보군이 7명에 그쳤다.

SC제일은행이 사외이사를 추천받는 경로도 다른 금융사와 달랐다. 주주추천이나 외부 자문기관추천 대신 추천의 85%가 기존 사외이사들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나머지 15%도 준법감시인이 추천한 경우였다. 그동안 회사 경영진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해온 사외이사들이 본인의 평판과 역량을 담보로 추천을 하는 만큼 오히려 검증된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게 SC제일은행의 계산이다.

다만 지나치게 후보풀을 좁게 가져가다보니 다른 금융사와 달리 다양성 확보에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 또한 이같은 점을 지적해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도 사외이사 후보군 확대를 시도 중인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는 각 사 상황에 맞게 전문성 등을 겸비한 인물들을 찾으면 된다”면서도 “지나치게 많이 후보를 확보한 것이 부작용을 일으켰고, 이를 알면서도 놔둔다면 또 다시 내부통제나 잘못된 관행들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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