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정착 부정적...극단주의 유입 우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쪽의 유일한 탈출구인 라파 국경을 봉쇄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설득과 압박 속에 개방을 허용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가자지구를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인 라파 검문소가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를 떠나 요르단으로 향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개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이집트 당국이 가자지구에 있는 미국 국적자들이 몇 시간 안에 이집트에 갈 수 있도록 국경 관리국에 통보했다”면서 “미국 이중 국적자 및 기타 서구 국적자, 유엔 및 기타 구호 활동가, 마지막에 국제 기업 직원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그동안 라파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을 설치하는 등 통로를 봉쇄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 도착한 구호품들도 가자지구로 반입되지 못하고 이집트 국경에 쌓여 있는 상태다. 이집트가 빗장을 쉽게 열지 못한 것은 통화 가치 하락과 식량 가격 급등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난민까지 유입되면 사회 경제적 혼란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만약 무력 분쟁이 장기화 되면 가자지역 주민의 영구 이주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에는 이미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출신의 이주민 9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또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시나이 반도로 이주하면 이스라엘이 비어 있는 가자지구를 자연스레 통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집트는 자국 당사자들을 희생시키면서 (이스라엘이)팔레스타인 문제를 청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2일 군사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통해 밝혔다.
시나이반도에 하마스보다 더 극단적인 집단이 들어설 것도 염려하고 있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오랜 기간 고통 받아온 팔레스타인 지역사회가 극단주의 집단의 모집에 취약할 수 있다면서 그 무대가 이집트가 되면 더욱 상황이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유일한 탈출구인 라파 국경을 인도주의적 요청에 따라 개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국경을 개방할 경우 이집트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늘리겠다며 설득하는 중이다.
EU 관리들은 WSJ에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난민 일부를 받아들인다면 EU는 지난 13일 발표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3배로 늘리면서 이중 일부를 이집트로 보낼 것이며, 추가 지원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집트에 현금 제공을 거부했던 카타르 등 걸프만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이집트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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