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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금융당국 간 엇박자 없다…유동성 늘려 부동산 살리진 않아”
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후 기자간담회서 밝혀
“디지털화폐, 미·유럽 상황 보고 도입해도 늦지 않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G20 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마라케시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마라케시)=이태형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 유동성 증가를 통한 부동산 경기 진작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중앙은행 디지털화페(CBDC) 도입은 주요국들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된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이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리 변동에 대해)조금의 변화에 집착하지 말고 큰 틀의 변화에 주목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작년말 올해 연초만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잘못됐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금융위기까지 온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한은은 금리를 올리는 과정인데 이런 위험이 크다고 하니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F4’ 회의할 때 항상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켜서 집값 폭락이 안 생기게 하고 잘 관리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지표상 고점 대비 15%까지 떨어졌다 최근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고점 대비 10% 아래 수준인데,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초과하고,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당국마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임기 동안 급하게 가계부채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하면 한국 경제가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면서 “(샤워기의 온도를 갑작스럽게 조정하는 것과 같이) 통화당국 입장에서 부동산 대출 완화로 유동성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서서히 미세조정해 가는 과정에 있는 걸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CBDC 도입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이 워낙 일찍 시작했지만 주요 국가에서 우리 만큼 내부적으로 준비해 온 곳이 없다”며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민간 업체가 너무 커지니까 (정부와)어떻게 균형 맞출 것이냐는 고민에서 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리테일 CBDC까지 시험적으로 진행해 봤지만, 한국처럼 지급결제 시스템이 발전된 나라는 CBDC를 직접 리테일로 돌입했을 때 얻는 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화폐에 프로그래밍한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내용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이행되게 하는 기술)는 금융기관과 진행하고, 리테일 CBDC는 은행이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 같은 지급수단을 발행하는 걸로 방향으로 추진해보자고 국제결제은행(BIS)과 협의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속도를 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일본 베타·미국 VHS 비디오 테이프를 예로 들며 “일본이 베타 시스템으로 비디오 카세트를 만들었지만, 미국이 VHS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본이 결국 엄청 손해를 봤다”며 “이미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시범운영까지 했고, 어떤 시스템을 적용할 것인지는 미국이나 유럽의 진행 상황을 보고 도입해도 된다”고 답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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