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발생한 병원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논란과 관련해, 공공플랫폼 도입과 함께 민간 앱 규제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앱을 통하지 않으면 예약 접수가 안 되는 문제는 현행 의료법 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부작용을 막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복지위 국감에는 모바일 병원 예약 접수 앱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의 고승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똑닥이 최근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동네 병원도 똑닥으로만 예약해야 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결제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똑닥은 예약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사전 문진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 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갑질이 될 수도 있다"며 공공 부문이 이런 서비스를 포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신현영 의원도 "놀이공원의 프리미엄 패스처럼 돈을 많이 내면 진료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민관 협력 체계를 방치하지 말고 국가가 이런 서비스를 끌어안는 방식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인정보 문제, 앱을 통하지 않으면 예약 접수 안 되는 문제는 현행 의료법 내에서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공공 앱과 함께 민간 앱 규제를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통해 수가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재진환자, 의료 약자로 대상 환자를 제한하고, 8월까지 3개월간은 계도 기간을 뒀다.
그는 비대면 방식을 통한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에 "사업을 해나가면서 수가를 조정하겠다"며 비대상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하는 등의 문제에는 "법대로 처분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대면 진료 수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30%로, 프랑스(100%)나 일본(87%)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 시범사업 기간에 처방전 파일 위조, 마약류 의약품 처방 등 비대면 진료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도 나타났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시범사업 기간 매주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5600개 약국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초진 환자 대상 진료 사례가 있었고, 사설 플랫폼에서는 특정 의료인을 추천·알선하고 진료비를 식당 메뉴처럼 나열해 유인하는 행위가 만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비대면 진료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과잉 의료, 의료 쇼핑 등) 문제점들은 반드시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네이버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에서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을 때 손쉽게 남의 개인 의료 정보를 확인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국감에 나온 유봉석 네이버 총괄 부사장은 "정교하고 철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시인하며 "급히 1차적 조치를 했고, 추가 조치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공공 플랫폼을 포함해서 종합적 방안의 법제화를 논의하면 좋겠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한과 그에 따른 제재를 민간업계에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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