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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재 승인 대기 중 사망한 근로자 7년간 367명..."근복 늑장 심사 탓"
사고 162명, 질병 205명이 요양급여 신청했으나 승인 전 사망
산재 역학조사 기간 매해 늘어…2019년 대비 23년 현재 2배까지 폭증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 앞에서 열린 '코스트코 사망 근로자 산재 신청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와 유족이 구조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 6년 8개월 동안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상황에서도 더딘 산재 승인 절차 탓에 산재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눈을 감는 근로자가 매달 4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했지만 산재 승인이 되기 전 사망한 근로자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6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년 34명에서 많게는 64명이 산재 처리 절차 중에 사망한 것이다.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다 사망한 이들은 6년 8개월 동안 162명이었고, 질병으로 산재 신청을 했다가 사망한 이들은 205명으로 확인됐다.

[윤건영 의원실 제공]

이 통계는 산재로 유족급여 승인을 받은 이들 중 요양급여를 신청한 이력이 있는 이들을 산출해 나온 것이라고 근로복지공단은 설명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신청자가 처리 중 사망했을 때는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 처리하는데, 반려 사유별 통계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윤건영 의원실은 이 통계는 최종 산재 승인이 난 이들 만을 대상으로 추출한 것으로 산재가 인정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산재 처리 절차 중에 사망한 이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재해 역학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사망한 이들의 산재 승인율은 같은 기간 평균 78.3% 수준이었다. 역학조사 중 사망한 이들 10명 중 2명은 산재 인정을 끝내 받지 못한 셈이다. 산업재해 신청 후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사망한 이들은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총 159명이었다.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산재 역학조사에 걸리는 시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직업환경보건연구원 모두 2019년 대비 올해 2배까지 늘어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역학조사는 평균 기간이 2019년 513.3일에서 2021년 632.9일, 2022년 664.4일로 점차 늘었고 올해 1,072일까지 늘어났다. 또 다른 역학조사 기관인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9년 206.3일 걸리던 역학조사가 2023년 기준으로는 581.5일까지 늘어났다.

질병 관련 역학조사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업성 질환의 진단 및 예방, 발생원인의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근로자의 질환과 작업장의 유해 요인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직업환경연구원이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한 노동자는 보험 정산 전까지는 개인 비용으로 생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역학조사의 지연으로 산재 승인이 늦어질 경우 근로자 생계 부담 등의 피해가 가중된다.

역학조사는 의뢰가 들어온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최근 5년간 역학조사 의뢰건수 대비 역학조사 완료건수 비율이 96%이고, 직업환경연구원은 91%로 해마다 미완료된 역학조사가 이월돼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윤건영 의원은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것도 서러운데, 산재 신청 처리가 늦어지면서 중간에 사망하는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사망으로 인한 요양급여 신청 반려 사례에 대한 통계 관리부터 제대로 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우선적인 치료비 지원 등 선지원 제도에 대한 검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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