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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쏠 “할머니 돼서도 노래하고 싶어요”
90년대 음악 리메이크앨범 낸 93년생
“그 시절 노래는 솔직한 가사 특징...
원곡보다 잘 만들겠단 욕심 버리고 작업”

아득하게 다가오는 시절이 있다. 가수의 꿈을 키우며 음악과 함께 살던 학창 시절의 기억이다. 매일의 등·하교 길은 필름 카메라로 남긴 사진처럼 잔상이 짙다.

“부산 남포동에 살았어요.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산복도로를 지날 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음악을 들었어요. 옛 노래들은 제게 그 시절의 기억이에요.”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1992),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1995), 패닉의 ‘기다리다’(1995).... 트렌디한 목소리와 감성의 ‘최정점’이라 평가되는 싱어송라이터 쏠(SOLE)이 1990년대로 돌아갔다. 1993년생, 같은 시대에 공유했던 노래는 아니지만, 그에겐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교집합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아메바컬처에서 만난 쏠은 “우리 세대의 감성을 담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생애 첫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기까진 고민이 많았다. 이 앨범을 제안한 것은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고(故) 고경민 아메바컬쳐 대표였다. 평소 유튜브 채널에 커버곡 영상을 종종 올리던 것을 눈여겨 본 고 대표의 안목에서 시작됐다. 쏠은 “녹음을 하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다”며 “대표님의 마지막 디렉션이라고 생각을 하니 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고 했다. 리메이크 앨범 ‘어 러브 슈프림’(A Love Supreme)에는 ‘러브 슈프림’(Love Supreme·원곡 김반장과 윈디시티), ‘마음을 잃다’(원곡 넬) 등 총 다섯 곡이 실렸다. 나미부터 넬까지, 1990년대~2000년대까지 아우르는 다섯 곡에 대해 쏠은 “지금은 두루뭉술한 노랫말이 많은데 그 시절 노래는 솔직한 가사가 특징”이라고 했다.

앨범 제작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징징거렸고, ‘못하겠다’며 운 적도 많다. 쏠은 “더 좋은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욕심이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은 “절절한 이별 노래인데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며 “그래서인지 조금은 가벼운 이별의 느낌으로 담은 곡이 됐다”고 말했다.

완성된 앨범은 새롭다. 원곡을 아는 사람에겐 ‘추억’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제 막 나온 뜨끈뜨끈한 신곡처럼 보인다. 매끄럽게 다듬은 밴드 사운드에 쏠의 트렌디한 음색이 더해지니 완전히 새로운 노래가 됐다. 어울리지 않는 편곡이 가져오는 리메이크 곡의 이질감도 전혀 없다. 온전히 쏠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루에도 수십 곡씩 쏟아지는 음악 환경에서도 쏠이 빛나는 것은 그가 가진 음색 때문이다. 쏠은 목소리가 지문이다. 한 음 한 음 사이에 담긴 호흡과 그 안에 새겨진 감정의 흐름이 세련된 창법으로 버무려진다. 싱어송라이터 답게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각광받은 것은 아니었다. 쏠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엠넷 ‘슈퍼스타 K2’와 ‘보이스 코리아 2’ 출신으로, 2017년 싱글 ‘라이드’(RIDE)로 데뷔했다. 그 시절의 가요계는 화려한 고음과 기교를 중시하던 때다.

“한 번도 제 목소리가 장점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좀 평범하다고 봐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슈퍼스타K’에 나갈 때만 해도 고음을 잘 내는 창법이 트렌드였기에, 테크닉적으로 많이 연습했어요.”

오랜 ‘연마의 시간’은 지금의 쏠을 만들었다. ‘나만의 목소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도와 방법으로 매일 연습하다 보니 오늘에 다다랐다. 그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노래 연습을 하다 보니 스펙트럼도 넓어졌다”고 했다.

난해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WSG워너비는 쏠을 대중에게 더 많이 알린 계기였다.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니 사람들은 목소리만으로 쏠에게 열광했다. 그는 “예전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놀면 뭐하니’를 통해 그것을 알게 됐다”며 “음악적으로도 시야가 넓어진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앨범을 낼 때마다 늘 처음같다”고 했다. 7년간 대중 앞에 섰지만, 매순간 새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 늘 시작하는 마음을 품고, 한결같이 ‘처음의 설렘’을 새긴다. 쏠의 바람은 ‘오래 음악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늙어서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러기 위해 늘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가수에게) 요구하는 음악 수준이 점점 높아지기에 새로우면서도 수긍할 수 있는 노래를 계속 선보이면서, 우리의 음악 환경을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넓혀가고 싶어요. 그렇게 할머니가 돼서도 노래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죠.”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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