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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공사비 폭등…혼돈의 분양시장
광명 견본주택 1만여명 줄이어
고분양가 평가땐 서울도 미계약
지역·입지·브랜드에 희비 엇갈려

 


“지금 분양을 할 수 있는 단지들은 사정이 나은 단지들입니다. 조합과 분양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됐거나, 토지 매입이 오래 전에 이뤄져 치솟는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단지들입니다.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조급한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금리와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한 단지들에서는 분양가 부담이 커져 수요층의 이탈 마저 감지됩니다. 분양 지연이 일반화된 흐름 속에서 그야말로 혼돈의 상황입니다” (대형건설사 분양담당자) ▶관련기사 5면

금리와 원자재 가격 폭등이 나은 분양가 상승이 신규 분양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분양가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에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들에서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양극화 기조가 뚜렷해 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에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963만50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5% 상승했다.

지난 6일 오후 찾은 트리우스 광명 견본주택. 모델하우스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성인 남성 기준 도보 20분 거리로 다소 외진 곳에 있지만 개관 첫날부터 분양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말 사이 1만2000명이 넘는 이들이 다녀갔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분양가가 기대한 수준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소형 평형대는 투자하기에 괜찮다고 판단돼 자식에게 물려줄 목적으로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난 8월 광명4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가보다 저렴하단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84㎡A 타입이 최고 12억720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3.3㎡당 평균 분양가는 3348만원이었다. 이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모든 물량이 판매된 바 있다.

트리우스 광명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270만원이다. 전용면적별로 ▷36㎡ 3억8740만원~4억3380만원 ▷59㎡ 7억8110만원~8억9710만원 ▷84㎡ 10억1940만원~11억5380만원 ▷102㎡ 12억620만원~13억9590만원대로 책정됐다. 이날 4인 가구가 입주할 집을 알아보던 40대 석모씨는 “대단지로 커뮤니티 시설이 준수한 편에 속하고 84㎡는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권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다”며 “공사비 인상으로 향후에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59㎡A 타입을 보고 있던 40대 양모씨도 “광명 신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대가 형성됐지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분양가가 올라 지금이 가장 싸다고 판단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이라 할지라도 고분양가로 평가를 받으면 고전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동구 길동 ‘강동중앙하이츠시티’는 이달 10~11일 무순위(임의공급) 청약 2차를 진행한다. 해당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8층, 1개동 96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내년 4월 입주 예정이다. 

이번 청약에는 일반분양 잔여 물량인 전용 44~49㎡ 19가구가 나온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에도 무순위 1차 청약(21가구)을 진행한 바 있다. 21가구 중 2가구만 계약을 해 2차 무순위 청약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 무순위 청약에 나오는 타입별 공급 가격은 전용 44㎡ 분양가가 7억3540만원부터 7억5580만원 사이에 분포했다. 전용 46㎡는 7억2020만~8억2040만원, 전용 49㎡는 7억4230만~8억633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복층 면적의 분양가까지 포함된 가격이며, 중도금 무이자를 비롯해 가전제품 풀옵션, 베란다 확장비 무상 등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고 시행사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일반 분양을 실시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소형 평형 분양가는 전용 39㎡는 6억7360만~최고 7억1520만원, 전용 49㎡는 8억2970만~최고 8억8100만원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아직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분양가격이 청약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의 분양 단지에선 미계약이 나오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불안감에 이른바 ‘착한 분양가’ 단지에 청약 대기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양가와 더불어 지역과 입지도 청약 시장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시장은 분양가와 입지, 브랜드 파워 등에 따라 청약 결과가 상이하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의 청약홈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순위 청약 미달률은 서울과 대전, 전남이 0%를 기록했다. 대전은 서구 탄방동에 조성되는 ‘둔산자이아이파크’가 대형 건설사 브랜드 등으로 선호도가 높아 청약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광주 10.2%, 전북 13.3% 경기 76.9% 제주 77.5% 경남 89.8%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는 외곽지역에서 주로 분양이 이뤄져 청약 미달률이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청약 미달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청약 접수자가 단 한 명에 그친 단지도 있었다. 전북 무주군 무주읍에 조성되는 ‘골든렉시움’은 42가구 모집에 1명에 청약을 접수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재표)는 “분양가가 원자잿값 상승, 규제 완화로 계속 오르며 결국 입지 여건이 좋거나 주변 아파트 시세 대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분양 단지들만 이른바 로또 청약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반면 입지 여건 등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곳은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과 지방, 핵심 지역과 비핵심 지역 간 청약 시장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결·이준태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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