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중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 사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필요 자금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정부의 압수물 및 가상화폐 분석업체 보고서를 토대로 하마스를 비롯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헤즈볼라 등 무장정파가 최근 1년 새 가상자산 계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모금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추적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이 PIJ와 연계됐다고 지목한 가상자산 계좌에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9300만달러(약 125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입금됐다.

또 다른 가상자산 분석업체 비트오케이(BitOK)는 하마스가 비슷한 기간 가상자산 계좌로 4100만달러(550억원) 어치 이상의 가상자산을 받았다고 추산했다.

WSJ은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최소 4년전부터 공개적으로 “돈은 전쟁의 중추”라며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노력해왔으며,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계좌로 2019년에만 약 3만달러의 비트코인을 모금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조직 간 자금 이동에도 가상자산을 이용하고 있다. PIJ가 2021년부터 현재까지 헤즈볼라에 보낸 가상자산은 1200만달러(162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SJ은 하마스가 가상자산으로 조달한 자금을 이번 공격에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마스와 PIJ, 헤즈볼라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단체이기 때문에 국제 은행망을 통한 자금 거래를 할 수 없다. 만약 이들과 거래하다 적발되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중개자 없이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상자산을 모금이나 자금 이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엘립틱의 매튜 프라이스 사장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게 현금을 들고 몰래 이집트 국경을 넘는 것보다 쉽다”라고 말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들이 가상자산으로 기부금을 모금한 사실을 언급하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통제 허점이 테러단체들의 모금 행위를 허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지난 6월 가상자산이 테러 자금 조달을 중단시키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 경찰은 하마스가 텔레그램에 공개한 가상자산 계좌를 동결한 상태다. 다만 얼마나 많은 가상자산을 압류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미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미국 당국이 자금 추적을 강화하자 ‘기부자 안전 우려’를 이유로 지난 4월부터 해당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 모금을 중단했다.

또 이스라엘 대테러금융국은 PIJ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67개 계좌 내 가상자산을 압류해 줄 것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요청했다. 바이낸스 측은 WSJ에 “테러 자금줄을 막기 위해 싸우는 이스라엘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