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소맥과 회식을 좋아하는 태국의 MZ들

코로나19 이후로 회식하는 풍경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어려워진 한국과는 달리, 이역만리 태국의 우리 사무실에서는 MZ세대 직원들이 ‘번개’와 ‘소맥’을 외치며 눈을 반짝거리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젊은 태국인 직원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 아닌 드라마에서만 보던 폭탄주와 한국의 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류 체험의 장이다.

태국에서의 한류 역사는 생각보다 짧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대장금, 풀하우스 등 한국 드라마는 태국에서 대히트를 치며 한류의 물꼬를 텄다. 대장금의 경우 공영방송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며 크게 인기를 끌어, 아직도 대장금 OST ‘오나라’를 모르는 태국 사람이 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지금 태국의 MZ세대들은 한국 드라마를 유년기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더욱 친숙하다.

이러한 배경과 K-콘텐츠의 기획력 덕분에 태국 넷플릭스 내 인기 콘텐츠 1~10위를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일은 다반사이며, 블랙핑크, 태연 등 한국 연예인의 공연은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단순 문화소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류 열풍은 한국 제품에 대한 친근감과 긍정적인 인식을 준다. 태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대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2871억달러를 달성했으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태국의 한국 라면 수입액은 3407만달러로 태국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등 우리 제품은 한류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콘텐츠 속 한국과 실제 한국 문화 사이의 간극, 진정성이 결여된 브랜딩, 지나친 상업화는 한류 열풍이 역풍으로 뒤바뀔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류로 인한 자국 문화 산업의 잠식을 우려하는 현지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는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서 기인된 중국, 일본에서의 반한류와는 결이 다른 반한류 정서로 작용할 수 있다.

한류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현지와 지속해서 교류하는 동시에, 쌍방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비단 정책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이 태국시장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류 열풍에 무작정 편승해 제품을 수출하기보다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현지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코스맥스는 상표충성도가 낮고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태국 소비자의 특성을 분석, 소용량 파우치 화장품을 개발함으로써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용량 편의점 화장품 시장이 발달한 태국 특성을 겨냥해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CSR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의 진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비상교육은 교육 소외지역에 교육기자재를 기증하는 등의 지속적 CSR 활동과 현지 교육기구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했고, 이는 수출 성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수출시장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에게 한류 열풍은 또다시 찾아오지 않는 기회일 수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지현 코트라 방콕무역관 과장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