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수철 “끊임없는 음악적 호기심…45년을 해도 재밌다”
김수철은 1978년 전국 대학축제 경연대회 그룹 부문에 ‘작은거인’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늘 ‘불세출의 천재’로 불렸다. 1984년 가왕 조용필을 제치고 그 해의 가수왕이 됐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제가 천재라고요? 좋아하는 말이긴 하지만, (웃음) 지금의 전 노력의 결과예요.”

‘처음’이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지의 세계’에 가장 먼저 첫 발을 디뎠고, 모두가 돌아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수많은 돌부리가 발에 채였다. 뾰족한 돌덩이는 ‘작은 거인’의 손길로 다듬어져 세상으로 나왔다. 지난 45년간 그는 ‘탈장르 음악인’이었다. 국악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고, 건강한 음악으로 대중의 곁에 있었다.

‘나도야 간다’, ‘난 어디로 가야 하나’ 등의 앨범에 참여한 기타리스트 최희선(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리더)은 김수철에 대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을 최고의 수준으로 들려준 싱어송라이터”라고 말했다.

김수철은 1978년 전국 대학축제 경연대회 그룹 부문에 ‘작은거인’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1년 세상에 나온 2집 ‘작은 거인’은 한국 록 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작은 거인’에는 그의 국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첫 국악가요 ‘별리’가 실렸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그는 장르를 초월하며 국악과의 접목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1983년 영화 ‘고래사냥’에 출연하며 함께 작업한 음악에선 양악기인 플루트와 국악기 피리의 조합을 시도했고, 1986년 영화 ‘허튼소리’에선 아쟁과 보코더를 짝지어줬다. 신시사이저는 태평소와 만나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를 가로질렀고, ‘서편제’ 주제곡(OST)에서 주옥같은 명곡(‘천년학’, ‘소리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장르 개척을 시도하는 많은 음악가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기타산조는 1986년 아시안게임 전야제에서 등장했다. 국악 기악 독주곡 형식의 하나인 산조를 주류 음악 시장에 익숙한 기타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못 다 핀 꽃한송이’(1983년 솔로 1집 수록곡)는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곡으로, 현악 편곡은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성을 담고 있다. 이 곡으로 그는 가왕 조용필을 제치고 가수왕이 됐다. 2015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선 광주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표현한 노래로 나오기도 했다. 김수철은 “45년을 돌아보면 ‘못 다 핀 꽃 한송이’는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곡이라 그 이후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고 회상했다. 이 앨범의 성공으로 그는 3년 뒤 첫 국악음반 ‘0의 세계’를 냈다. 고작 570여장 밖에 팔리지 않은 음반이었다.

1990년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로 시작하는 TV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을 작곡했다. 그 세대의 아이들이 지금도 가사를 줄줄 외는 인기 주제곡이다. 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영화 ‘서편제’, 뮤지컬 ‘태백산맥’등 OST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막식 음악, 2002년 한·일 월드컵 조추첨·개막식 음악,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영상 음악 등도 모두 김수철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는 “‘날아라 슈퍼보드’는 어린이들을 위한 곡을 만들었다는 보람은 준 곡이고, 88서울올림픽 주제곡은 세계를 알 수 있는 첫 경험을 하게 해 준 곡”이라고 돌아봤다.

지금도 그의 음악은 잠들지 않는다. 이미 내년 프로젝트까지 계획돼 있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공연,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목표다. 소위 말하는 요즘 음악도 즐겨 듣는다. 악뮤의 ‘열혈팬’이며, 자이언티와 혁오도 좋아한다. 그에게 요즘 세대의 음악을 듣는 것도 ‘공부’다.

“음악은 계속 존재해야 하는 거예요. 항상 실패하고, 늘 만족하긴 어렵지만 실패 속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꾸준히 내 길을 가면서 나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계속 호기심이 생기니, 여전히 즐겁고 재밌어요.”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