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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코 세수하단 큰일나요” 세면대인줄 알았는데…거대 ‘변기’ 정체
세면대처럼 생긴 장루·요루 환자용 변기.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릴 수 있고, 호스로는 인공항문 및 장루주머니 등을 세척할 수 있다. [유튜브 세브란스병원 캡쳐]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이제 당당하게 대소변 비우셔도 됩니다.”

최근 연세암병원 3층에 조금 특별한 화장실이 마련됐다. 이른바 다목적 화장실. 화장실의 핵심은 세면대처럼 보이는 변기에 있다.

해당 변기는 장루·요루환자 전용 변기다. 장루란 항문 기능 손상으로 소장 혹은 대장 일부를 신체 외부로 빼내 만든 배변 통로로, 쉽게 말해 ‘인공항문’이다. 환자들은 인공항문에 연결된 장루주머니에 대소변이 차면 수시로 비워주고 때때로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공간인 셈이다.

국내에만 2만명에 육박하는 장루환자,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인공항문에 달린 장루주머니 모습.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제공]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장루환자는 1만6779명이다. 흔히 대장암, 변실금 등으로 인한 항문 기능 상실로 발생하는 만큼, 암 환자 증가에 따라 장루환자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암 이외에 외부요인으로 인공항문을 장착하는 경우도 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도 여기에 해당된다.

인공항문과 장루주머니 모습. 표시된 부분에 피부 손상이 발생했다.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제공]

이런 장루환자들에게 외출은 까다로운 미션이다. 인공항문에 달린 장루주머니에 가득찬 대소변을 일반 변기에서 처리하기란 굉장히 까다롭다. 배에 달린 장루주머니와 일반 변기의 높낮이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높낮이 다를 경우 옷이나 피부에 분비물이 튀거나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장루주머니 혹은 인공항문 주변에 묻은 대소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피부가 짓무르는 등 손상을 겪기도 한다.

김정하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회장은 “장루주머니를 제때 비우지 못 하면 대변 누출이 발생하고, 이 경우 피부 보호판을 교환해야한다”며 “이와 관련해 피부 손상이 쉽게 발생하고, 장루주머니 관리는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연세암병원이 3층에 다목적 화장실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견 세면대처럼 보이는 장루·요루 전용 변기는 장루주머니에 쌓인 대소변을 처리하기 쉽도록 한국인 평균 키에 맞춰 설계됐다. 처리 후에는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릴 수도 있다.

전용 변기 주변에는 샤워호스가 있어 환자들이 장루주머니 및 인공항문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장루주머니가 손상돼 대변이 신체 혹은 옷에 묻고, 냄새가 날 우려 등 일상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켜주는 것은 덤이다.

국내 장루·요루 환자는 2만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을 위한 장루·요루용 화장실은 그리 많지 않다. [유튜브 세브란스병원 캡쳐]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장루·요루환자 전용 화장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중 연세암병원을 포함해 3곳에서만 장루용 세척기가 설치돼 있다. 하물며 일상공간에서 장루·요루 전용 화장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루·요루 전용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게 아니”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장루환자들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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