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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일파 이해승 후손 땅 국고 환수소송 정부 패소 확정
경매로 소유권 넘어갔던 땅 손자가 다시 매입
2021년 정부가 ‘친일재산’ 주장하며 민사소송
1심 정부 패소…2심 이어 대법서 최종 확정돼
“경매로 취득했던 은행, 정당한 대가로 소유권”
“제3자가 정당하게 취득한 권리 해칠 수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소재 땅을 환수하기 위해 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1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조부인 이해승은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고, 친일 단체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이해승의 행위를 법이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했다.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서울 서대문구 임야 2만7905㎡를 환수하기 위해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2021년 2월 민사소송을 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의 경우 국가의 소유로 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해승이 1917년 처음 취득한 이 토지는 1957년 단독으로 상속한 이 회장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다. 이후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를 통해 1966년 당시 제일은행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매매를 통해 다시 등기를 이전받았다.

하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친일재산’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외에 ‘제3자’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이 회장이 다시 사들였는데, 이 회장을 친일재산귀속법상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한 제3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정부가 항소했지만 2심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경매에 따라 소유권을 얻은 제일은행이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서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며 “임야가 친일재산임을 모른 채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재산인 이 사건 토지의 국가귀속에 의해 은행 측이 취득한 권리를 해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현재 등기명의인인 피고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고 있다”며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은 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1966년 경매로 소유권을 이전받은 제일은행이 정당하게 권리를 취득한 후 매매를 통해 이 회장이 다시 소유권을 얻었기 때문에,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근거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주장하는 것은 이 회장 명의 소유권 이전등기와 그에 앞선 은행 명의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말소하는 셈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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