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모델하우스와 다른데 손배 거부”…아파트 분양계약서 71%, 설계 변경 통지 누락
소비자원, 부동산신탁사 아파트 분양계약서 조사
“표준 공급 계약서와 달라…계약서 52%, 계약 해지 어려워”
“이의제기 금지·신탁사에 과도한 면책 부여 등 소비자에 불리”
2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산책 중인 시민 뒤로 반포 아파트 일대가 보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A씨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과 카탈로그를 통해 지하 공간에 2개의 창호가 설치될 예정임을 확인하고 계약했으나, 입주 점검 시 지하 공간에 창호가 1개밖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계약서를 통해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받았다며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부동산신탁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와 달리 71.3%(97개)가 설계 변경 시 통지 의무를 누락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4일 밝혔다.

소비자에 불리한 분양계약서…“이의제기 금지·신탁사에 과도한 면책 부여”
서울의 한 중개업소 앞을 지나는 시민이 시세 게시판을 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소비자원에 따르면 내부 구조‧마감재 변경 시 통지 의무를 누락하는 등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불리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36개 계약서 중 97개(71.3%)는 세대 내부 구조‧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이 중 48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하고 있었다.

표준계약서는 아파트 분양 거래에 있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표준계약서에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6개월 이하의 기간마다 그 내용을 모아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택법상 ‘경미한 사항’은 세대당 공급면적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부 구조의 위치나 면적, 내‧외장 재료 등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후’에는 계약 해제‧해지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표준계약서보다 불리했다. 표준계약서는 중도금을 1회 납부하기 전까지는 소비자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가 가능하며,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조사대상 계약서 모두 신탁계약 종료‧해제 시 신탁사에 과도한 면책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계약서에는 없지만, 신탁사가 불법행위 또는 중대 과실을 일으키는 등 귀책이 있는 경우에도 신탁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이 중 20개(14.7%)는 신탁사 면책에 대한 이의제기도 금지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신탁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 과반이 ‘불완전 계약’ 문제…“불리한 계약사항 개선 권고”

한편 최근 5년 6개월간(2018년 1월∼2023년 6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신탁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사례는 총 103건으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 및 고지가 미흡하거나 계약 당시 설명과 실제 계약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계약 54건(52.4%)이 가장 많았고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 15건(14.6%) ▷계약 이행 지연 14건(13.6%) ▷청약철회 거부‧지연 13건(12.6%) 등의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동산신탁사에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를 준수하고, 신탁사의 면책조항, 인지세 부담 주체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사항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또 소비자에는 분양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유관부처에는 불완전 계약 체결 등 부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분양시장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newd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