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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육아휴직’ 지난해 3만8000명
육휴 10명 중 3명은 ‘아빠’
3년 새 7.7%포인트 상승

#. 10년차 직장인 A(37)씨는 지난해 10개월 동안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아내의 복직과 함께 이뤄진 자연스러운 ‘바톤 터치’였다. A씨가 육아 휴직을 신청할 당시 아이는 10개월, 첫돌을 앞둔 무렵이었다. A씨는 “어린이집에 이름을 올려뒀지만 아직 대기 상태여서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돌도 되기 전인 아이를 베이비시터에 맡기는 것도 고민이 돼 제가 육아휴직을 냈다”며 “아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많이 느꼈다. 복직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지만 육아휴직을 하며 가족과 함께 한 매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아빠 육아 휴직자가 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남성 육아휴직자가 1만 6000명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쇼크’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눈치 보느라 사용하지 못했던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사회적 분위기, 휴직 기간 소득 등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막상 육아 휴직을 사용하자 고민이 무색할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말한다.

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2019년 10만 5181명에서 지난해 13만 1129명으로 24.6% 증가했다. 13만여명 중 여성 육아휴직자는 9만 3245명, 남성육아휴직자는 3만 7884명으로 성별구성비는 여성 71.1%, 남성 28.9%였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1.2%에서 2022년 28.9%로 7.7% 포인트 상승하며 10명 중 3명이 남성 육아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약 1.7배 증가했다.

올해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40대 직장인 B씨는 “아내와 아이가 3년 전에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다가 큰맘 먹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며 “막상 가보니 육아휴직을 내고 캐나다로 넘어온 아빠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일반 기업, 공무원 등 다양한 아빠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A씨 또한 “육아휴직 기간 동안 문화센터를 다니고 어린이집 행사에도 자주 갔는데 남성 육아 참여도가 높아졌다는걸 실감할 수 있었다”며 “회사에서도 육아 휴직을 다녀왔다고 불이익을 주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빠 육아가 아기의 정서 발달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편히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벌이 가정이거나 가계 대출이 있다면 소득이 줄어드는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OECD의 가족 데이터 베이스(Family Databas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 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은 44.6%였다. 육아휴직을 하면 소득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셈이다.

한국의 소득대체율은 OECD 회원국 중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27개 국 중에서 17위다.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 180일 이상 된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최장 1년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인데, 상한액과 하한액은 각각 150만원과 70만원이다. 소득 대체율이 낮다보니 주로 대기업 직원이나 고소득자 비중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의 71%, 여성 육아휴직자의 62.4%가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 대기업 소속이었다.

박지영·안효정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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