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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6' 부모도 단축근로·배우자 출산휴가급여 '5→10일'..."저출산 극복"
10월 중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국회 제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난임치료휴가 기간 확대 및 급여지원 신설
정부 "육아 친화적 근로환경 조성"...현장에선 "제도 아닌 직장 내 눈치"
근로자 52% "제도? 알아도 못 쓴다"...저고위 부위원장 "기업 문화 바꿔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앞으로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부모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대상에 포함된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사용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배우자출산휴가 급여 지원기간도 5일에서 휴가 전체기간인 10일로 확대한다.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법을 고쳐 육아 친화적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 개선에도 정작 현장에선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하고 10월 안에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 개정은 모성보호제도 확대를 통해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예방을 지원하고 저출산 문제 해소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와 저출산 대책의 후속 조치 일환이기도 하다.

우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확대된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휴직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보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 나이는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다. 이를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로 확대한다. 아울러 육아휴직 기간 중 미사용 기간에 대해선 그 기간의 두 배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으로 가산하도록 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이 텅텅 비어있다. [연합]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도 손을 본다. 분할사용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배우자출산휴가 급여 지원기간을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10일)’으로 확대한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예산은 총 862억8800만원이다. 하지만 집행된 예산은 26.8%인 231억2200만원에 그쳤다. 당초 22만7603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6만951명만 신청했다.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전체의 9.3%에 불과한 탓이다.

아울러 정부는 조산 위험으로부터 임산부·태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한다. 난임치료휴가 기간도 ‘연간 3일’에서 ‘연간 6일’로, 그 기간 중 유급 휴가일을 ‘1일’에서 ‘2일’로 늘린다. 2일에 대한 급여를 우선지원 대상기업 소속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도 신설한다. 이밖에 직장 내 성희롱 과태료 제재 대상에 법인 대표자도 포함토록 확대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직장인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제도의 미비’가 아닌 ‘직장 내 분위기’ 탓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부의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52%가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에 대해 제도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직장 분위기나 문화 탓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직장갑질 119의 조사에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답변이 각각 45.2%, 39.6%에 달했다.

다만 정부 역시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2023 대한민국 양성평등포럼에서 “기업에 (정책들이) 뿌리내리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면서 “정책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바꾸고 직장의 가치를 설정하는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는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에서 0.78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꼴찌다.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1만9102명으로 7월 기준 처음 2만명선이 무너졌다. 최근 4개월 연속 출생아 수가 2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이 0.7명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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